예천/안동 TV맛집만 골라서 가봄 (메밀꽃피면 | 청포집 | 용궁단골식당)

2020. 9. 29. 12:00한국여행 방가/국내 맛집&카페

TV에 나온 식당은 진짜 맛있을까?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의 리액션을 보며 항상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호기심을 잃은 나이여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막 들지도 않고... (ㅠㅠ)

그러다 최근 예천/안동 여행을 다녀오며 우연히 TV맛집을 3군데나 가게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을 이렇게 몰아서 가보다니...! 용량 2MB 뇌에서 맛의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얼른 정리해 본다. 

메밀꽃피면

안동 농가맛집, 메밀꽃피면

나는 우리밀 덕후이다. 굳이 이 글에서 수입밀의 나쁜 점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신토불이가 몸에 좋다는 건 다들 알 것이다. 메밀꽃피면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안동에서 처음 발견한 우리밀 식당!!!

주 재료인 은 차로 20분 떨어져 있는 맹개마을에서 재배해 오고, 은 식당에서 직접 뽑는다. 제대로 된 자가제면 & 농가맛집이다. 메밀국수의 가격은 7,000원으로, 식자재와 정성을 생각했을 때 심히 저렴한 편이다.

이 가격에 우리밀 자가제면 국수를 먹는다는 건 공짜나 다름없다. 이 정도 수준의 음식이면 메뉴 가격에 0 하나 더 붙여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거 아닌가. (단지, 내 재정상태가 그걸 다 지불 못 할 뿐^^;)

식사를 하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장사를 하시는지, 요리를 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는지 등... 음식 만든 사람의 마음을 알고 나니 눈 앞에 놓인 음식이 보약처럼 여겨졌는데, 이 느낌은 절대 오바가 아니다.

미오기 집밥

메밀국수뿐만 아니라 이미옥 대표님 본인 이름을 딴 미오기 집밥도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이다. 산에서 직접 딴다는 나물은 조미료를 쓰지 않아서 좋았고, 밥과 국에도 천연 재료를 이용해 특별한 색과 맛을 내었다.

여행하면서 지역의 건강한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에게 메밀꽃피면을 강추한다. 위치는 도산서원과 가까운 서부리 예끼마을이다. 도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의 대표적인 문화재이고, 예끼마을에는 한옥 숙박시설도 있으니 1박 2일 코스로 이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청포집

  • 위치: 예천 읍내 중심가
  • 방영: KBS2 생방송 아침이 좋다 (2018.11.1)

청포정식

청포집은 예천 읍내에 있어 현지인이 많이 추천하는 식당이다. 점심에 가면 밥을 먹으러 온 건지, 사람 구경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라고 한다. 저녁에는 청포묵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여행자라면 무조건 아침 댓바람부터 가는 것이 좋다.

메인 메뉴는 청포정식으로, 청포묵을 넣은 비빔밥과 한상차림이 나온다. 청포묵은 오랜 시간 녹두를 갈고 거르는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라, 이런 식당을 만나면 일단 땡큐 하고 들어가는 편이다.(집에선 절대 못해여...)

묵이 들어가 있어서 먹기가 편하고 속에 부담이 없다. 같이 나오는 반찬과 국은 전라도 느낌이 날 정도로 푸짐하고 맛도 있는 편이다. 경상도가 사실 맛의 고장은 아닌데, 잘하는 집은 잘한다는 진리를 청포집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용궁단골식당

  • 위치: 예천 용궁시장
  • 방영: KBS2 생생정보 (2019.9.23)

예천군에 있는 식당 중 가장 많은 리뷰가 있는, 그러면서도 높은 평점을 유지하는 곳이다. 구글에서 1,000개가 넘는 리뷰를 받으면서 4점대를 넘는 식당이 우리나라에 몇 개 있을까. 한국인의 평가 기준이 매우 까다로움에도 그걸 극복한 용궁단골식당... 당신은 대체... +_+

이미 검증을 통과한 식당이라 내가 평가하긴 좀 뭣한데, 순댓국을 좋아하는 파이팅 넘치는 남자라면 성지순례처럼 가봐야 하는 곳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순댓국이 좀 짜다 느꼈는데 이는 저염식을 오랫동안 해 온 탓일 뿐, 객관적으로 볼 때는 대부분 입맛에 맞을 거라 본다.

오징어직화구이3대천왕에 소개된 음식이다. 내가 식당을 방문했을 때는 이런 사전 정보가 없어서 별 기대나 선입견 없이 맛을 볼 수 있었다. 불맛이 강하게 나면서도 매운 고통을 주지 않는, 아주 적절한 맛인 듯! 첫맛은 동남아 해변이 떠올랐을 정도로 외국 음식의 느낌도 있어서 나는 아주 만족했다. (라오비어와 어울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결론

수도권에서 TV 나온 식당은 광고 성격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지방의 경우는 그런 케이스가 드물고, 최소 10년 넘게 장사하는 곳이 많아 진짜 맛집일 확률이 높다.

내 입맛 기준으로는 메밀꽃피면 > 청포집 > 용궁단골식당 순으로 좋았다. 음식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임을 밝힌다. 건강한 맛을 싫어하는 사람은 반대로 메밀꽃피면이 제일 별로일 수도 있다.

세 곳 다 안동이나 예천을 지나갈 일이 있을 때 다시 한번 가보게 될 것 같다. 부디 그때까지 변하지 않길. 우리 언젠가 또 만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