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여행(8) - 슬로시티 청산도 여행 2부 | 슬로길 트레킹은 맛보기만. 실상은 카페 투어

2022. 8. 3. 07:00한국여행 방가/2022 완도 여행

완도에서 배를 탄 후 청산도에 입도해서 한 시간 가량을 카페에서 쉬었다. 장시간(?) 배 타고 왔다는 핑계로 트레킹 전 휴식을 길게 가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좀 더 격하게 쉬고 싶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다. '슬로시티'니까 이 정도 휴식도 쌉가능이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서 청산도를 어떻게 여행할지 고민했다. 아예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섬에 오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빠르게 결정하지 못했다. 한창때(?)는 무계획이야말로 진짜 여행이라며 자신만만하게 돌아다니던 뽀시래기 시절도 있었건만,,, 세월 앞에서는 나도 어절 수 없는 어쩔T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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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만 하다 청산도항에서 여행이 끝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버스를 탔다.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청산도 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청산도항에서 대기하다 승객이 타면 출발한다.(목적지가 어디든 버스 요금은 천 원이다)

버스를 타고 섬의 가장 반대편에서 하차했다. 청산도는 그렇게 크지 않은 섬이어서, 항이 있는 왼쪽 편에서 제일 오른쪽 끝(종점)까지 버스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눈앞에 1박 2일 촬영지 '신흥리 해수욕장'이 있었다. 안내 표지판에는 부드러운 모래와 완만한 수심으로 가족단위 관광객의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방송 이후로는 인기가 떨어졌는지 그다지 곽광 받는 모습은 아니었다.

살짝 실망을 하고 근처에 있는 슬로길 7코스 돌담길을 좀 걸었다. 트레킹 하기에 적당히 따뜻한 날씨와 햇살이었다. 낮은 주택 덕분에 산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게 슬로시티 청산도구나. 또 언제 올 수 있으려나...' 벌써부터 아쉬움 가득한 생각을 하며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7코스를 걸은 후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신흥리 해수욕장이 내다보이는 '카페 마르'라는 곳이었다. (잠깐 쉬러 들어왔는데 여기가 청산도 여행 마지막 스팟이 됨)

카페에서 보는 청산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우리나라 카페에서 이렇게 '와,,,' 하고 감탄한 적이 많지 않은데 여기는 카페 자체도 예쁘고, 카페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도 그림 같았다. 펜션을 겸하고 있는 곳이어서 1박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흘러가던 섬 안에서의 시간이 '카페 마르'에서는 쏜살같이 지나갔다. 음료와 빵을 주문하고 사진 몇 장 찍으며 인스타 놀이를 하니 시간 순삭이었다. 자연을 좋아하는 척 하지만 몸은 현대 문명을 갈구하는 것인가? 슬로길을 걸을 때는 느릿느릿 가던 분초가 여기서는 다르게 작동했다.

카페에서 시작해 카페에서 끝난 이상한 청산도 여행. 남들 다 가봤다는 청산도의 명소, 서편제 촬영지 범바위는 근처도 가보지 못했지만 꽤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무계획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설픈 여행자가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오래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닐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