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여행의 꽃은 섬이다. 그래서 5박 6일의 짧은 일정에 청산도, 추자도를 포함시켰다. 언제 완도를 또 가볼 수 있을까? 완도까지 갔으면 섬은 봐야지 하는 심리가 강하게 발동했다.
평생 우리나라에서 배 타고 섬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두 곳을 가보게 되었다. 무언가를 할 때 멀티가 안 되는 스타일이라 여행도 한 번에 몰아서 하게 된다.
청산도는 당일치기 스케줄로 잡았다. 아침 일찍 가서 오후에 완도로 돌아오는 배편이었다. 완도네시아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둔 채로 차를 타고 완도항으로 갔다. 주차는 항 근처 아무 데나 가능했다. 여행 인심은 무료 주차에서 시작한다는 게 내 여행학개론이다.
청산도를 처음 알게 된 건 어떤 세계여행 부부의 유튜브 채널에서였다. 그 영상을 본 게 2016년도였으니, 그 후로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눈 깜짝하면 5년 지나간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화라는 거.
완도항에서 청산도까지는 배로 50분이 걸렸다. 배에서 뭐 할 건 없고 잠깐 명상하니 섬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누규? 이제 어디로 가야 되는 거지? 여행 짬밥이 없는 편이 아님에도 한국 섬은 처음이라 어리버리 절었다.
내게 청산도 여행 정보를 달라!! 검색하면 다 나오는 거지만 귀찮아서 섬에 오기 전 찾아보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 여행의 유일한 장점이 있지 않은가? 말이 통한다는 게 이럴 때 좋다.
▲항구 바로 앞에 있는 구멍가게 같이 생긴 카페에 들어갔다. 여행 정보를 물어볼 생각이었다. 아침 식사도 해결하면 좋고. 외관은 허름했지만 카페 내부는 또 훌륭했다.
컵라면, 과자, 커피, 나름 구색을 맞춰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주인 형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내 MBTI가 'I'여서 낯선 사람과 말을 잘 못하지만 이 형님의 성격이 워낙 살가우셨다.
자신이 청산도 토박이라며 예전에 이곳이 얼마나 활기차고 아름다웠는지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때의 청산도를 보지 못했지만 충분히 상상 가능할 정도로 묘사가 생생했다.
지금은 2천 명 남짓한 인구의 작은 청산도이지만 1970년대에는 만 명이 훌쩍 넘었고 초등학교, 중학교도 몇 개씩 있었다고 한다. 활발한 어업으로 인해 심지어 일본으로 왔다 갔다 하는 배편도 있었다고.
청산도에서는 개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라떼 시절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이 섬이 이제는 관광지로써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며, 그러려면 여러 번 방문하고 싶은 자연 친화적인 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카페 주인 형님의 마지막 결론이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카페에서 나오니 이미 청산도 여행을 다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막 섬에 도착했을 뿐인데 완도로 돌아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이렇게 재밌는 토크를 하다니. '여행지에서 말이 통한다는 게 이런 장점이 있구나...' 내 성격이 'E' 타입만 됐어도 지난 국내 여행의 깊이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청산도를 걷기 시작했다.
청산도 2부 포스팅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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