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100만 유튜버인 밥굽남tv에 입문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약간 과한 설정으로 먹방을 찍는 내용이다. 영상 제목마다 이 시간에 선을 넘는다며, 저녁에 라면 영상을 올리곤 한다.
하루는 밥굽남의 영상 몇 개를 봤다. 컨셉이고 연기인 건 알지만 보고 있으니 갑자기 올라오는 식욕... 안 되겠다 싶어 나도 선을 넘기로 했다. 한번 하면 또 제대로 하는 성격 아닌가?
이왕 넘는 선, 38선을 넘어 강원도 인제로 갔다.
▲직진하면 인제, 신남 (신날 준비 완료)
인제가면 언제 오냐는 강원도 인제. 그 말만큼 인제는 한없이 먼 오지(?)라 인식되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거제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강원도가 코 앞이라 느껴졌다.
집에서 느긋하게 가도 2시간 30분이면 도착했다. 엄청 먼 줄 알았는데 38선 넘는거 별 거 아니었다.
▲인제읍에서 한걸음 더 들어간 원통리
인제가면 언제 오냐는 노래는 뒤에 한 구절이 더 있다. "원통해서 못 살겠네" 그래도 양구보다는 나으리그 유명한 원통에 와보다니. 갑작스럽게 떠난 강원도 여행에서 선 세게 넘었다.
골목을 걸어 다니며 분위기를 좀 익혔다.
동네가 작다 보니 서로 다 아는 느낌이었다.
좀 오바하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서로 인사하는 분위기랄까.
마스크 안 쓴 사람도 꽤 있었다.
수도권에서 그런 사람 있으면 멀리 피해 다니곤 했다.
여기서는 그만큼 외지인이 별로 안 온다는 방증인 거 같아서 노마스크가 반갑게 느껴졌다.(-_-)
▲육전비빔.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었다.
원통에서 찾은 맛집이다.
육전비빔, 짜글이, 제육 같이 남자 취저하는 메뉴로 가득하다.
가격도 7~8천 원으로 저렴해서 저격 두 번 당했다.
군인은 휴가 나와서, 휴가 복귀 전에 여기 안 들리고는 못 배기겠는걸?
육전비빔만 먹을 수 있으면 원통에서 군생활할만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해봤다.
근데 비빔국수에 육전 얹는 건 선 너무 넘는 거 아님?
육전만 해도 전주한옥마을에서 따로 7천 원에 팔 법한 양인데(-_-)
맛은 5점 만점이다.
▲숙소에서 띵가띵가.
혼자라고 말씀드렸는데 사장님이 트윈 침대가 있는 방을 주셨다.
1층 카페 내려와서 사장님 추천 메뉴라는 연유커피 하나 먹고 당 충전을 하고...
다시 방에 갔더니 다이아TV에 굽남이 형 방송이 나왔다.
홍천에서 산적 옷 입고 열일 하시는 굽남이 형. 유튜버를 하면서 번아웃된 경험이 많다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구독자 100만 넘고 번아웃 한번 왔으면 하는 꿈도 가져본다.(ㅋ_ㅋ)
▲비밀의 문
이번 여행의 컨셉은 미리 떠나는 여름휴가였다. 그런데 첫날 먹구름이 끼고 우중충하게 비가 와서 망했구나 싶었다. 둘째 날 되니 거짓말 같이 쨍해지는 날씨.
원통이랑 나랑 잘 맞는 느낌이다.
숙소에서 계곡으로 연결된 비밀의 문이 있었다. 무장공비가 사용했을 법한 통로(-_-)를 지나니 계곡이 나왔다. 와 여기 짱인데????!!!!
▲인제 계곡에서 혼자 즐기는 여름휴가
계곡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아침 겸 커피 한잔했다.
날 위해 준비된 자리인 듯 시멘트 발라 놓은 곳이 있어서 자리 깔고 앉음.
미리 준비한 루왁 발효드립 커피, 과자. 뜨거운 물은 숙소에 부탁해서 가져왔다.
비 온 다음날이라 날씨, 공기, 바람 다 미쳤다.
여기에 드립백 커피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커피 냄새까지 5G급으로 퍼지고.
(강원도 진짜 선 넘네...)
볼라비카에서 판매하는 루왁커피는 저카페인이라 마시고 나서 속에 부담이 없다.
가벼운 일을 하거나 여행지에서 커피 향을 즐기고 싶을 때 이 커피를 마신다.
반대로 뭔가에 쫓기고 일이 산더미 같이 쌓였을 때는 고 카페인 커피를 마ㅅ.....
▲원통 중국집의 탕짜면
38선 여행의 마지막 코스. 집에 돌아가기 전 중국집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휴가 복귀 전 군인의 심정인가? 둘째 날 원통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루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집 반반 메뉴는 대학교 앞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메뉴이다. 요즘은 사라진 지 좀 오래된 거 같은데 원통에서 찾았다.
아무리 반반 메뉴여도 고민되긴 매 한 가지다. 탕짜면 vs 탕짬면
일단 탕수육은 깔고 가지만 짜장과 짬뽕은 한국인으로 살면서 영원히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식당 이름에 '짬뽕'이 들어가지 않는 한 일단은 짜장면부터 맛보는 게 내 나름의 결론이긴 하다.
짜장면은 달달구리 스타일이고, 탕수육은 고기가 약간 퍽퍽. 그래도 양이 혜자스럽게 선을 넘는다. 가격도 적절하다.
▲6월. 벌써 여름이 왔다.
남들보다 한 달 일찍 떠나본 여름휴가.
강원도 인제는 처음이라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잘 먹고 잘 쉬다 왔다.
원통은 생각보다 매력 있는 곳이었고, 이색적인 휴가지를 찾은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7월에는 또 어디로 선을 넘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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