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포장 없는 서울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방문 후기

2021. 3. 8. 07:00제로웨이스트

올해 지자체에서 하는 제로웨이스트 서포터즈를 하면서 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원래가 소비를 많이 안 하는 성향이라 제로웨이스트 라이프가 쉬울 줄 알았다. 그런데 해보니 꼭 그렇지도 않더라.

다회용 제품의 경우는 문제가 없었다. 한번 구매 후 더이상 제품이 기능하지 않을 때까지 쓰는 성향이기 때문이다. 일회용품과 생활용품은 달랐다. 별생각 없이 구매하던 생수, 칫솔, 물티슈, 수세미 같은 것들이 미세먼지를 만들고, 기후위기를 불러올 줄이야.

그래서 서울 망원동을 찾았다. 이곳에는 제로웨이스터들의 성지 알맹상점이 있다. 가게에서 파는 물건은 플라스틱 포장재가 1도 없으며, 샴푸나 오일 같은 액체류는 다회용 용기를 가져와서 담아가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극히 일부다.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 그리고 그 옆의 급냉삼겹살집. 이 조화 무엇+_+

알맹상점은 망원동 메인 상권이 아닌 살짝 변두리에 있다. 간판이 작고 2층에 있어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온 냉동 삼겹살 냄새에 순간 혹 했는데, 채식 지향인으로써 내돈내산 삼겹살은 할 수 없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거기다 호일에 굽는 삼겹살을 내 돈 주고 먹을 순 없지... +_+;;

옆길로 샐 뻔한 유혹을 참고 알맹상점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뭔가 힙한 분위기. 그리고 이런 곳에는 주로 여자가 많다. 아무래도 남자보다는 유행에 민감하고 환경을 더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나도 지금은 친환경 코스프레하고 있다만,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때는 생수 맨날 사 먹고 한솥도시락 치킨마요 미친 듯이 먹곤 했다. 그때 버린 플라스틱 어쩔>_<

환경에 관심많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긔.
플라스틱이 없으니 왠지 마음이 편안하다.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의 일환으로 왔기에, 필요 없는 물건을 예쁘다고 막살 수는 없었다. 나무로 된 칫솔과 밥주걱, 식물 모가 달린 과일 세척솔을 샀다. 모두 플라스틱 소재가 없고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물질로 된 제품이다.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가진 가게가 많아지면 좋겠다. 대기업에서 돈 냄새 맡고 시작하는 가짜 말고, 환경에 대한 철학이 있는 개인이 하는 가게면 더 좋겠다. 나가는 길에 어떤 손님이 사장님께 체인은 안 내시냐고 물으니, 사장님은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언젠가 사장님 생각이 바뀌어 체인을 한다고 하면 망원동에 다시 달려가 볼 생각이다. 이런 상점은 정말로 많아지면 모두에게 좋은 것이니까.

플라스틱 줄이기 첫 걸음 (너무 소박하지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