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서평 | 여행 덕후라면 공감할 찬란했던 그 시절 | 아무튼 시리즈(8)

2020. 9. 9. 07:00도서 리뷰

75년생, 나이 꽤 있으신 남자 작가의 게스트하우스와 얽힌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그의 감성이 젊은 편이고, 이 책을 쓴 시기면 더 어렸을 터라, 작가보다 어린 내가 많은 부분에서 그의 감정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앞부분에서 작가는 행복한 지금을 살아가면서도 느닷없이 몰려오는 우울함에 당혹해한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가 있고 안정된 직업이 있지만 1년에 한두 번씩은 이런 상황이 온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우울함을 이기는 그만의 방법은 여행 때마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어난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다.

인도 게하에서 만난 초짜 여행가 재스퍼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 준 것, 뉴욕 게하에서 만난 일본인 친구들과 파티를 갔던 일, 캄보디아 게하에서 만난 멕시코 친구와 태국까지 이동하며 겪은 일 등... 작가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여행 때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고,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에피소드가 대단히 흥미롭거나 새롭진 않았다. 오히려 여행 좀 해본 사람이라면 시시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공감하며 읽은 것은, 작가가 추억을 회상하며 덤덤히 읊조리는 그만의 감상 덕분이다.

여행 덕후라면 누구나 자신만이 경험한 인생 최고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낡아 없어져 버리는것이 아닌 오히려 더 또렷이 기억 속에 선명해지는 것, 그것이 너무 그리워 언젠가 다시 떠나보겠다 다짐하지만, 그건 사실 돈과 시간이 있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곤 한다.

작가는 이미 나보다 인생에 대한 수양이 많이 된 분이라 찬란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인 듯 하다. 옛 시절을 절절히 그리워하기보다는 무심하게 독백하는 듯한 모습이 내겐 참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또 지금을 살아가야 하는 게 사람이니까.

나 역시 이제는 때가 왔음을 느끼고 있다. No Cool 하게 과거 추억을 붙잡고 있지만,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는 사실상 전의를 상실하였다. 이렇게 나의 찬란했던 젊음은 끝이 나는구나... 코로나가 참 미우면서도 이 또한 인생이라며 득도의 길로 달리는 오늘이다.

몇 시간씩 오토바이 타고도 콜라 한잔이면 모든 피로가 가셨던 그때 그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