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 서평 | 코로나 이전의 그 여름이 그립다 | 아무튼 시리즈(7)

2020. 8. 24. 07:00도서 리뷰

싹쓰리가 여름 추억 사냥에 성공한 후 의식에 흐름에 따라 아무튼, 여름이라는 책을 읽었다. 올해 초에 아무튼 시리즈 6권을 몰아서 봤는데, 반년 만에 또 새로운 애들이 잔뜩 나왔다. 8월 기준, 총 32권의 아무튼 시리즈가 출간된 상태다.

'아무튼'은 종류가 워낙 많아서 전권을 사서 보기는 힘들고, 구매와 도서관 찬스를 병행하고 있다. '여름' 편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싶었는데, '8.15 광화문 사태'로 인해 지역 도서관이 휴관에 들어가 버렸다. 할 수 없이(?) 구매로 선회., 종이책 보다 저렴한 eBook으로 구매했다. 예스24 포인트 5,000원에 현금 2,700원을 얹어 구매 완료! (TMI 죄송)

책 구매의 결정적 이유는 목차에 '치앙마이'가 있어서다. 여행 덕후라면 누구나 사랑해 마지않는 치앙마이가 있는 책은 언제나 반갑다. 현재 어디에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이런 책은 그저 감사하다.

그런데 리뷰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치앙마이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작가가 3개월이나 머물렀다는 치앙마이는 당시의 경험이 별로였는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1도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지만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기억은 다른 것이니까.

치앙마이 때문에 샀지만 이 부분 목차만 별로였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재밌는 게 많았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그런 내용들이다. 나 역시 누구보다도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 계절을 주제로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반갑다.

나의 그 여름

태국에선 다람쥐, 지금은 확'찐'자

그나저나 송두리째 날아간 2020년의 여름은 누가 보상해주나. 해외여행은 일찌감치 글러먹었다 쳐도 8월 말 남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광화문 어르신들의 집회로 결국 취소하고 말았다.(-_-) 이들은 코로나를 전국에 퍼뜨려 국가를 말아먹으려고 하는 걸까. 힝... >_<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지금은 지난여름의 그 장소들이 그립다. 보통은 옛 시절을 떠올릴 때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지만 코로나가 지속되니 이제는 그 '곳' 자체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잘 있니 베트남아? 잘 있니 태국아?)

매 여름 뜨거운 날씨 속에 더 뜨거운 동남아로 여행을 갔던 나다. 작년엔 태국 꼬창의 뙤약볕 아래에서 오토바이를 탔고, 재작년엔 베트남의 허름한 가게에서 500원짜리 반쎄오를 먹었다. 우기 시즌이라 습할 때도 있었지만 금세 바삭바삭 대지를 말려주는 고마운 태양이 있는 곳들이다.

세상 무심한 500원짜리 반쎄오

언제 그곳에 다시 갈 수 있을까. 빌 게이츠 옹께서는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는 지속될 거라는데.(ㅠㅠ) 내 인생에 잃어버린 2년은 군대 시절이 끝인 줄 알았따. 코로나로 2년 더 잃어버릴 줄이야...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사이 올해 여름은 생애 첫 확'찐'자가 되었다. 언젠가는 다시 올 찬란한 여름을 위해서라도 몸 관리를 해야지. '비'처럼 웃통 제칠 정도는 못돼도 볼록한 배 내놓고 선생님처럼 다닐 순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