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7. 07:00ㆍ태국여행 싸와디캅/꼬창 여행
꼬창의 유명한 해변이 모여 있는 서쪽 해안선을 따라 스쿠터를 몰고 달렸다. 서해안은 작년에도 돌아다닌 곳이 많아 익숙한 스팟들이 많다. 까이배비치에서 론리비치로 넘어가는 S자 도로는 여전히 스릴이 넘친다.
꼬창의 카오산로드(라고 혼자 주장하는), 론리비치는 여전히 론리한 느낌이다. 이 섬에서 장기 여행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웨스턴 스웩이 넘친다. 1년 전에 왔던 올빼미 피자집을 다시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론리에서 20여분을 더 달린 것 같다. 스쿠터 뒤에 앉은 여자 친구가 꼼지락꼼지락 하기 시작한다. 약간 지겹다는 신호다. 이 신호를 무시할 만큼 나는 강심장이 아니다. 슬슬 라이딩을 멈춰야 할 때다.
인생 계곡을 만나다.
라이딩을 그만할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딱 좋은 타이밍에 시원한 계곡을 만났다. 거기에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바베큐 식당까지 있다니. '감사하다, 꼬창아'를 외쳐야 하는 순간이다.
구글맵을 봤더니 지도에 별다른 표시가 없는 지역이다. 할할할, 이런 데를 만나면 입꼬리가 실룩실룩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히든 스팟을 찾은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던가. 물 흐르는 계곡 위로 다리 하나가 놓여있고 그 위에 파라솔이 떡 하니 세팅되어 있는 모습, 바베큐 굽는 장소에는 쓰러져 가는 나무를 기둥 삼아 판자를 덕지덕지 올려놓았다.
연신 뿜어져 올라오는 연기들, 불을 살리기 위해 부채질하는 아주머니, 큼직큼직한 고깃덩어리들. 내가 소름 끼치도록 좋아하는 정통 동남아 바베큐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나는 두툼한 돼지고기를 가리키며 반만 잘라달라는 시늉을 했다. 아주머니는 찰떡같이 알아들으신다. 돼지고기가 혹시 실패할까 싶어 치킨 닭다리도 하나 추가하였다.
원래는 주문 전 가격부터 확인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여기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 분은 눈탱이 칠 분이 아님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무심하게 먹고 싶은 것들을 딱딱딱 주문하고 쿨하게 파라솔로 가 자리를 잡았다. (SO COOL)
여행자들의 쉼터
이곳은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다. 우리는 운 좋게 지나가다 발견했지만 사실 위치상 묵묵함이 없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엔 태국 현지 여행자와 서양 사람들 몇 명이 전부이다.
꼭 바베큐를 먹지 않아도 계곡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스쿠터를 타고 와서 계곡물에 발만 담갔다가 가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자릿세 5만 원 각인데... ^^;;)
연신 '너무 좋다-'를 외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예상했던, 기대했던 오리지널 숯불 바베큐의 비주얼과 맛이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곳인가?
음식을 다 먹고 계곡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해외 나와서 계곡물에 처음 들어가 본다. 꽃보다청춘 라오스 편을 보면서 블루라군에 뛰어드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오늘은 내가 유연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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