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신혼 여행(4) : 방콕을 경유하면 생기는 일 - 트랜스퍼 호텔과 마사지

2019. 12. 23. 07:30세계여행 헬로우/오만 신혼여행기

누가 그랬다. 3분 같은 30분일 거라고. 나의 결혼식 역시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식이 끝나니 현실을 자각하는 시간이 돌아왔다. '아, 4시간 후에 비행기 타야 되는구나...' 신혼여행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 걸까. 아직 캐리어도 싸지 못했는데.

한복을 입은 상태로 자취방까지 곧장 달려 여행용 짐을 싸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걸 던져 넣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한 바가지 흘렀다. 깔끔한 상태로 공항 라운지에서 식사하려고 했는데 이미 글러 먹었다.

신혼여행이 원래 이렇게 정신없는건가? 기억 속 드라마 장면은 결혼식을 마친 두 남녀가 여유롭게 웨딩카를 타고 떠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공항버스만 안 놓쳐도 다행인 심정이다.

겨우 공항리무진을 타고, 겨우 발권을 해서, 겨우 수속을 마쳤다.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그제야 오늘 하루의 긴장이 다 풀렸다. 핫 샤워와 마사지 생각이 간절히 나는 순간이다.

문득 오만 가기 전 방콕을 경유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에 도착하면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겠지? 물론 이것은 프로 경유러의 정신 승리라는 것을 잘 안다. 마음이라도 좋게 먹어야지.

아무리 바빠도 공항라운지에서 짜장범벅은 먹겠다.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여긴 이제 집 같은 곳이다. 얼마 전까지 내 블로그에 태국 꼬창 여행기를 적고 있었는데 그사이 방콕에 또 오다니. 조금만 게으름 피웠으면 방콕에서 꼬창 글을 쓰고 있을 뻔했다.

공항 1층으로 내려가 트랜스퍼 호텔에 전화했다. 여긴 픽업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화하면 데리러 오는 시스템이었다. 통화 후 10분 만에 우리를 데리러 왔다.

트랜스퍼 호텔의 필수템, 픽업차량

숙소는 최근 신축해서 평이 좋은 퐁사콘 리조트였다. 도착하니 너무x너무 힘들어서 블로거의 의무를 망각한 채 객실 사진을 찍지 않고 잠이 들었다. '내일 찍지 뭐...' (그리고 지금까지 객실 사진은 없다고 한다.)

 

방콕의 퐁사콘 부티크 리조트 (Pongsakorn Boutique Resort) :: 아고다 - Ag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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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치앙마이 냄새 나지 않아요? (방콕 퐁사콘 리조트)

다음날은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나갈 준비를 했다. 아직 비행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서둘렀다. 마사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숙소 근처 5분 거리에 로컬 냄새 풀풀 풍기는 샵이 보였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한, 오래되었지만 깔끔한 내부였다. 주인아주머니가 준비해 준 대야에 족욕을 하고, 매트리스에 엎드렸다.

마사지를 받고 있으니 현실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어제만 해도 결혼식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방콕에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여전히 오만으로 가는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비행시간 때문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주섬주섬 200밧을 꺼내 아주머니께 드렸다. 호텔로 돌아가면서 몇 번이고 아쉬운 마음에 마사지샵을 돌아봤다.

'하... 나 그냥 오만 가지 말까?'

로컬 마사지샵. 재방문 의사 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