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무일푼 두 다리로 짠내 트립을 시전 했다. 목적지는 최근 2-3년 뜨고 있다는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더 뜨기 전에, 없어지기 전(?)에 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버스를 타고 탑골공원에 내렸다. 처음엔 이곳의 어르신들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또 보니 익숙해진 느낌이다. 마치 중국의 한 거리에 있는 듯하다. >_<
탑골공원에서 종로3가역까지 걸어간 후 골목을 한번 틀면 한 번에 익선동임을 알 수 있는 골목이 나타난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북촌보다 더 오래된 한옥마을이다.
익선동에 있는 한옥은 민족운동가(독립운동가)인 정세권 선생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 시절 이곳에 대규모로 한옥을 공급함으로써 일본 가옥의 확산을 막고, 우리 국민이 서울 밖으로 쫓겨나지 않도록 해주었다.
익선동 상가들
익선동 한옥마을은 대부분 상가로 되어있다. 가보기 전, 말로만 들었을 때는 오래된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사실 그런 건 없다. 전주 한옥마을보다 규모는 작고 건물은 오래된 상가 타운으로 보면 된다.
이런 점은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큰 차이점이다. 유럽이 오래된 것들을 보존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에 비해, 우리는 예외이고 특별하다 보니 되려 그곳에 일상이 버텨내질 못한다.
일상이 사라지는 과정에는 정해진 패턴이 있다.
- 일반 주민들이 하나둘 동네를 떠남
- 집이 개성있는 상가로 변하기 시작
- 인스타에 소개되고 사람들 몰림
- 임대료 폭등
- 프랜차이즈 가게로 동네가 도배됨
-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고 죽은 동네가 됨
-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 세금이 투입되거나 재개발 논리로 오래된 동네가 완전히 사라짐
- 100년 된 한옥마을이 브랜드 아파트 단지로 변신
현재 익선동은 3번 단계에 있다. 개성 있는 가게들이 꽤 있는 편이다. 아직 8번 단계, 아파트 변신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안 가본 분들은 익선동이 살아있을 때 많이 가보길 바란다. ^^;;
1시간 가까이 사진 찍으며 익선동을 돌아다녔다. 예쁘고 트렌디한 가게는 많았지만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내키는 곳은 없었다. 결국 집 근처 김밥천국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익선동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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