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MBO 평가방식

2016. 2. 1. 07:30칼퇴의품격 일상/칼퇴 생각

나의 이전 직장에서는 연초에 'MBO'를 위해 아주 바쁘게 보내야 한다. 거의 일주일을 MBO 마무리를 위해 쓴다고 봐도 된다. 이렇게 바쁜 이유는 정해진 짧은시간 안에 지난 1년간 '한 일'을 평가받고 앞으로 1년간 '할 일'을 모두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MBO에 의해 연봉 상승폭이 정해지므로 아무리 연봉에 신경 안쓰는 척 하는 대인배라도 아무렇게나 막 할수는 없다. 내가 한해 동안 지은 농사가 이 짧은 시기동안 딱 수치화된 평가로 나온다고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하다.

MBO, 너 이름이 뭐니?

그런데 도대체 MBO가 정확히 무엇일까? MBO는 Management by Objectives 의 약자이고 관리자와 그 직원이 함께 목표를 설정해 나가는 평가방식의 하나이다. 조직의 큰 방향성은 Top-down 방식으로 위에서부터 정해져 내려온다. 하부 조직에서는 KPI라고 부르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세운다.

각각의 KPI에 대해 '나는 몇 % 만큼은 죽도록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습니다.' 라는 목표수치와 평가산술식을 팀장과 합의(?)하면 MBO 설정이 끝난다. '무우우우지' 합리적으로 들리는데 실제로 그럴까?

MBO라는 관리 기법이 언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위키피디아를 보면 1954년도 피터 드러커의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책에서 처음 대중화 되었다고 나온다. 아무리 경영의 거장이라는 피터 드러커님이 만든 방식이라 해도 1954년에 나온걸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이전 회사의 MBO 적용사례

ADVERT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발견한 MBO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회사에서는 매년 우수사원을 선발해서 시상을 하는데 MBO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에 우수사원이 선정 된다. MBO는 직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잣대인데 어떻게 MBO 평가전에 우수사원이 정해질 수 있을까? 이것은 회사 스스로 MBO가 공정하지 못하다는걸 인정하는 셈인 것이다.

위의 사례는 내가 다녔던 회사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MBO가 낡은 평가방식이고 특히 소프트웨어 회사에게 맞지 않은 평가방식인 것은 확실하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앞서있는 IT회사들은 자체 평가, 동료 평가 등 여러 입체적인 평가방식을 통해 직원들의 동기유발을 가져온다.

결론

개인적으로 회사가 성장하는데 있어 직원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MBO에 대한 생각을 한번 써봤다. 고생한 직원에게 좋은 평가와 그에 맞는 보상을 잘 해야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MBO 같은 일방적이고 단발성 짙은 과거의 방식은 버리고 새로운 방식에 대한 고민과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