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OS, 전설의 귀환

2016. 4. 27. 07:30칼퇴의품격 일상/칼퇴 생각

심심할 때 주로 포탈에서 시시콜콜한 뉴스 보는게 소일거리인데 오랜만에 크게 웃을 수 있는 폭탄뉴스를 발견했다.

티맥스OS 공개 행사.

와, 이게 웬 대형뉴스(IT인에게)인가?

티맥스는 이미 7년전에 OS를 만들었다며 깜짝 공개 후 폭삭 망한적이 있는데 다시 도전했단 말인가? 처음에는 옛날 기사를 보는줄 알고 기사날짜를 재확인까지 했다.(그런데 2016년도 4월 기사가 맞다! 소오름...!!!!!)

회상

7년전... 그 때는 내가 대딩이었고 마침 학부과정 중에 '운영체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니 티맥스에서 OS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우리 컴공과에서도 꽤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티맥스OS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실행하는데 2분이 걸렸다느니, 실행 중에 컴퓨터가 뻗었다느니 하는 얘기를 듣고 '그럼 그렇지! 하하호호...!' 웃어 넘긴 기억이 난다.

그 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카더라' 통신을 통해 티맥스OS가 회자되곤 했는데, 개발자들이 몇달씩 야근해서 이혼한 개발자가 수두룩 하다, 과로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등등 미확인 괴소문들이 떠돌아 다녔다.

그렇게 티맥스OS는 내 기억속에 '레전드'로 저멀리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2009년 티맥스 사태 주요 포인트

이번 2016년 발표를 다루기 앞서 과거 2009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당시 사건을 정리해 보았다. (오지랖 발동)

회장님의 말말말

제일 먼저 짚고 갈 부분은 위대한 티맥스 회장님의 2009년 어록이다.

꿈속에서 프로그램이 보이면 문제다. 꿈속에서 에러를 찾아야 한다.

오전 8시 출근해서 오후 10시에 퇴근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25년간 영화, 드라마를 단 한번도 보지 않았다.

개발자 중 몇 명이 이혼했는지 모르겠다. 나쁜 남편, 나쁜 남자친구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배 아픈데도 30일 참다 쓰러졌다.

토종 OS의 등장은 한국 산업사에서 조선이나 자동차, 반도체 산업 진출에 비견되는 위대한 도전이다.

티맥스윈도와 오피스로 2012년까지 세계 OS 시장의 10%를 차지할 것이다.

내년에 해외법인 10개를 세울 것이다. 2011년에는 30개가 추가된다.

(인력이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실제로 MS윈도 개발의 핵심인력은 5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테스트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인력이다.

구글의 OS는 우리 기술의 5분의 1도 안 된다.

당시 이슈 정리

회장님의 어록에서 충격 받았다면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2009년 티맥스윈도와 관련된 재밌는 사건들이 많다.

  1. 개발자 희생
  2. 당시 티맥스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비교해 1/100 인력으로 OS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2009년 7월 공개 -> 8월 오픈 베타 -> 10월 정식 출시의 타이트한 일정을 제시하였다.

  3. 오픈소스 도용
  4. 오픈소스를 상업적으로 쓴다고 해서 잘못된게 아닌데(물론 라이센스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오픈소스를 썼는지, 해당 라이센스를 잘 지켰는지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5. 애국심 마케팅
  6. 2009년 티맥스 윈도를 발표하는 행사장에서 아리랑과 대한민국 응원을 틀어놓았다.(이후 OS계의 '디워'가 되어 승천하였다고 한다.)

  7. 상표권 분쟁
  8. 올해는 티맥스OS 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지만 2009년에는 티맥스윈도였다. (Windows 에서 s를 뺀 Window)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아서 MS와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MS가 소송준비 단계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2009-티맥스윈도-UI표절의혹
    2009년 티맥스윈도의 UI가 MS윈도와 매우 유사해 표절 의혹이 있었다.
  9. 시연회 버그 파티
  10. 어찌됐든 시연회라도 잘 마쳤다면 그래도 사람들이 잘했다고 박수 쳐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연회는 3시간 설명에 10분간 진행됐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스타크래프트 실행 중 먹통 발생,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플레이 중 먹통 발생 등) 뒤이어 발표한 티맥스 오피스와 브라우저는 티맥스 윈도가 아닌 '윈도XP'에서 시연했다고 하는데, OS를 크로스해서 시연하다니 실로 엄청난 기획력이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2016년, 레전드의 귀환 티맥스OS

티맥스 이야기가 재밌다고 생각하여 포스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금방 마무리 할 줄 알았다. 그런데 2009년 사건 정리에만 1시간 넘게 걸릴줄이야! (현재 난 편의점 야식을 급하게 사와서 먹고있다.) 드디어 들어간다. 지난주(4/20) 발생한 2016년 버전의 티맥스 리턴즈!

회장님의 말말말

2009년에 이어 2016년도에도 회장님의 어록은 계속된다. 모두 정신차리고 잘 새겨듣도록 하자.

오직 OS 부문만 소프트웨어 표준이 없다. MS가 표준 진영으로 올 까닭이 없다. 그래서 티맥스OS를 만들어 그들(MS)을 표준화로 이끌겠다.

MS 오피스의 개발코드는 3천만 라인인데, 티맥스 오피스는 3백만 라인만으로 100% 호환성을 실현했다.

하드웨어 업체와 협력해 내년 하반기에는 티맥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를 기대한다.

티맥스OS는 백신 프로그램이 필요 없다. 해킹되지 않는다. 오는 9월에 해킹 대회도 하겠다. 상금은 1억 원을 걸겠다.

누구나 쉽게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클라우드OS’가 티맥스OS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사용자로부터 ‘그 어려운 것을 해냈습니다, 티맥스가’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 어려운 것'은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대사라고 함)

(다음은 티맥스 관계자의 말:) 발표회를 워낙 대규모로 벌였고 각종 장비(콘솔)들을 많이 쓴 탓에 알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 기자간담회에서 문제가 없었던 만큼 성능에는 자신있다.

Again 2009, 새로운 사건사고 정리

2016년 올해 시연회 행사에서도 7년전과 같이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건을 정리하면서 이게 바로 데자뷰 현상이 아닌가 싶어 또 '소오름'이 돋기 시작했다. (소름 주의보 발령)

  1. 준비되지 않은 현장 직원
  2. 현장 직원이 '티맥스 오피스'에 대해 한글 문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행사에 참석한 블로거가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질문했는데, 이후 다른 직원이 말을 바꾸어 '해당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바꾸어 답변했다고 한다.

  3. 오픈소스 문제
  4. 2009년에 이어 오픈소스 문제가 또 발생하였다. (단순히 오픈소스를 OS 개발에 썼다 안썼다를 말하는게 아니다. 사용했다면 어디에 어떠한 소스를 사용했는지 밝혀야 하는데 그러한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발표회에서 박대연 회장이 "오픈소스를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는데 발표회 이후 티맥스 관계자가 OS의 그래픽 부분에서만 오픈소스를 쓰지 않았다고 해명하였고 상세한 것은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할 때 공개하겠다고 말하였다.

    티맥스에서 OS를 공개하며 ToGate라는 웹브라우저도 함께 공개했는데, ToGate는 크로미움이라는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해서 개발이 된 걸로 보인다. 하지만 시연회 발표 중 그러한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부가설명 : 크로미움은 구글이 만든 웹브라우저 오픈소스이고 실제 크롬 개발의 바탕이 되고 있다. 그리고 구글은 크롬에 들어간 상용 라이브러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크로미움오픈소스사용증거
    티맥스 브라우저인 ToGate가 오픈소스인 크로미움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런데 만약 티맥스의 ToGate가 이러한 것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은근슬쩍 그대로 정식 출시한 후 공공기관에 OS를 납품하면 어떻게 될까? 상용 라이브러리를 쓰면서 그 비용을 내지 않으려고 오픈소스에 대한 언급을 두리뭉실하게 하는게 아닐까 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5. 시연회, 과거로의 시간여행?
  6. 2009년과 동일한 기획자가 시연회를 준비한걸까? (회사 야유회도 아닌데 아이템 돌려막기 하면 어떡하니)

    7년전 '티맥스윈도'가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재생 시연을 했다면 2016년 '티맥스OS'는 태양의 후예 영상을 시연했다. (평소에 잘 안쓰지만 'ㅋㅋㅋ'를 쓸 수 밖에 없다. 태양의 후예 덕분에 이 시연회가 2016년도 시연회라는걸 깨달을 수 있다!)

    동영상 재생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이후 티맥스가 만든 웹브라우저인 ToGate를 열어 지메일을 실행하는 순간 화면이 먹통이 되었다.

    이 때 사회자의 레전드 발언이 있었는데 "여러분의 열기 때문에 컴퓨터가 재부팅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티맥스 오피스'의 경우는 실제 시연이 아닌 '동영상' 시연으로 대체한 것도 웃기고, MS오피스2007이 티맥스OS와 호환된다고 주장한 것도 재밌다. (현재 MS오피스는 2016 버전이 나온 상태이고 2007 버전의 경우는 MS가 10년 전에 출시한 제품이다.)

결론

지금까지 티맥스의 운영체제 발표와 관련해 2009년 사건, 2016년 사건을 정리해 보았다. 최근에 타임리프 미드를 많이 봐서 그런걸까? 두 사건이 너무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내가 2009년으로 돌아간 건 아닌지 혼동될 지경이었다.

몇년 전이었다면 이러한 일들을 보고 그냥 웃어 넘겼을 수도 있겠다. '개발자들이 불쌍하다.' '경영자가 욕심에 너무 무리한건 아닌가' 이 정도로 소감을 마무리하며.

그렇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건지, 이게 단순 해프닝이 아닌 거 같다는 직감이 든다. 회장님이란 분도 그렇고, 회사에 똑똑한 사람들이 많을텐데 7년전에 망신을 당한 실수를 똑같이 되풀이하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일단 인터넷에 티맥스OS와 관련된 키워드를 쳐보면 신문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대부분은 OS 발표 행사의 홍보성 기사들인데, 내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제품 출시전에 매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홍보성 기사를 종종 썼으니 이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는데 SBS 기사였다. 티맥스 행사가 20일인데 이 SBS뉴스는 22일에 방송된 것 같다. 행사 이후에 나온 기사임에도 비판적인 내용이 전혀없고 티맥스의 입장을 성실하게 전달만 하고있다. 마이너한 언론사도 아니고 지상파 방송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다니 이상하지 않나? (요즘의 SBS라면 이상할 것 까지는 없지만.)

그래서 '아, 이거 뭔가 특이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인터넷 문서도 찾아보았다.

개인적인 생각

  • 목표는 어차피 공공기관과 공기업?
  •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공공쪽은 일단 통로가 뚫리고 한번 납품하면 철밥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쪽 사람들 성향상 변화에 대해 둔감하고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한번 쓴 제품을 유지보수만 하며 계속 쓸 가능성이 높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아직도 IE 6 버전을 쓴다고 한다! -카더라 통신-)

    시연회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만 착착 진행을 해서 한번만 성공을 하고 이걸 토대로 전국에 있는 공공쪽에 자신들의 OS를 깔도록 하면 이걸로 최소 10년 먹거리 걱정을 없다는 계산이 아닐지? (하지만 지메일 시연에서 막혀버려 심히 안타깝다.)

인터넷 루머

경영진의 비도덕적인 경영방법이 의심을 받고 있다. 2009년에 티맥스윈도를 발표하며 언론플레이 후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뒷소문이 있고, 이번 티맥스OS의 경우는 개발한 곳은 '티맥스데이터'인데 실제 발표는 4개월 전에 만들어진 '티맥스오에스'라는 회사에서 했다는 것이 이상하다.

나는 공돌이 출신으로서 경영과 관련된 부분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므로 이와 관련된 것은 관련 기사 링크로 대체한다.

진짜 마지막

내가 경영쪽을 잘 모르긴 하지만 분명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은 있다. 2009년 티맥스윈도가 폭삭 망한 후 회사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OS개발파트는 삼성SDS로 인수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어찌됐든, 어려운 회사 사정으로 인해 직원들은 고생을 한 것 같은데 어떻게 회장님은 어디 하나 변한거 없이 불사조처럼 '짠'하고 또 나타날 수 있을까?

또한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런 일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결국은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2009년이나 2016년이나 OS 발표회는 또 망했다. 그렇다고 회사의 개발자들이 설렁설렁 일했을까? 이번에도 회사 직원들은 죽을똥 살똥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며 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년전과 같이 그 책임을 직원들이 또 몽땅 짊어지는건 아닌지. 이후 티맥스의 진행 상황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참고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