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6. 07:00ㆍ도서 리뷰
인도. 아직까지 도전해 보지 못한 미지의 나라, 아니 대륙이다. 나는 첫 해외여행을 필리핀으로 가면서 동남아와 사랑에 빠졌고, 그후론 줄창 동남아를 다녔다. 왜 이렇게 여행지를 편식했지...?
모르겠다. 어쩌면 인도가 두려웠는지도. 그곳에서의 생활이 두려운 게 아니라 한번 가면 인도를 못 떠날까봐 두려웠던 거 같다. 뭐 하나 시작하면 진득하게 하는 진득St이라 그렇다.
기약이 없는 코시국의 종식. 여행 갈증을 풀어줄 좋은 여행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환타지 없는 여행'. 제목부터 어떤 책인지 느낌이 왔고 마침 집 앞 도서관에 재고가 있어 지체없이 빌려왔다.
저자의 이력을 보면 책의 내용이나 깊이를 대충 유추해 볼 수 있다. ▲딴지일보 인도 특파원 ▲시사저널에 여행, 문화, 국제분쟁에 대한 글 기고 ▲시사인에 '소소한 아시아' 연재
이 정도면 내가 좋아하는 돌아이(?) 스타일에, 역사와 인문학적 소양도 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기본적인 얼개는 시사인에 연재하던 내용을 기반으로 좀 더 양념을 친 정도인 것 같다.
책의 저자 전명윤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도환타로 불리는 듯 하다. 그만큼 인도 여행을 오래 한 것 같고, 인도를 시작으로 홍콩, 오키나와 등 여러 나라의 가이드북을 만드는 작가이자 프로 여행러이다.
여행에서 '프로'란 뭘까? 코로나 전까지 일 년에 천 만명 이상이 해외로 나가는 시대였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여행할 수 있는 시대. 그 돈마저 재드래곤이 가진 만큼 필요치 않고, 그저 며칠 알바 정도면 충당이 가능한 수준 아니겠는가.
그만큼 누구나 여행자가 될 수 있는 이 업계에서 남보다 튀고 남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역으로 그 사람이 대단한 내공이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 여행러란 ▲언어에 능통하고, ▲역사 지식이 풍부하며, ▲인문하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다. '환타지 없는 여행'의 한두 챕터를 읽었을 때 인도환타는 여기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겪은 이야기. 그것들의 단순 나열과 소감을 넘어 작가가 가진 해박한 배경지식을 더해주니 책의 내용이 깊이가 있고 풍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 중 이 책을 아직 안 읽어본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첫 챕터의 제목, 여행은 기쁨만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여행의 현실과 속성을 잘 아는 저자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차 있다. 첫 장을 읽는 순간 어느덧 시간 순삭으로 마지막 장을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런데 참 역설적이게도, 환타지 없는 여행을 다 보고 나면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환타지가 커진다. 그게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이면 단점이다. 어쩔 수 있겠는가. 코로나 끝날 때까지 여행책을 수혈하며 존버탱할 수 밖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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