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여행 - 죽도시장에서 동빈내항, 포항시내까지, 포항 짠내나게 여행하기

2018. 3. 12. 07:00한국여행 방가/국내 여행

2000년대까지만 해도 끊임없이 성장할 것만 같았던 도시가 있다. 푸른파도 푸른꿈을 외치며 환태평양으로 뻗어나갈것만 같았던 그 곳은 바로 포항이다.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안동, 경주만큼 인지도가 높지않고, 포스코라는 거대한 기업이 있지만 울산만큼 광역시로 크지 못했다. 여러가지로 애매~~~한 포지션의 도시이다.

오늘은 포항을 짠내나게 여행한 여행후기를 쓰려고 한다. 관광꺼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무심하게 걸어다녀보면 나름 재미있는 도시가 포항이다. 특히 시내를 중심으로 죽도시장, 동빈내항, 포항함, 영일대해수욕장(옛날 북부해수욕장) 등이 도보로 20여분 내에 있다. 아니, 오히려 대중교통 이용한답시고 버스를 타려고 한다면 버스가 더 오래 걸릴수도 있을 것이다. 지방은 버스를 30분 이상 기다리는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시내관광코스에는 포항을 상징하는 손 모양의 조형물 - 호미곶해맞이공원이 빠져있다. 그곳은 시내와 30km 이상 떨어져있기 때문에 뚜벅이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아니다. 물론 차가 있다면 호미곶에 가봐도 좋다. 최근에는 그쪽으로 트레킹길을 깔아놓아서 편리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근처에는 과메기, 오징어로 유명한 구룡포읍도 있어 먹거리도 풍성하다.

포항시내 도보코스

포항시내의 끝과 끝을 특정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하면 '오거리'와 '육거리'가 있다. 서울, 수도권의 대도시에는 이런말이 일반명사지만 포항에서는 지시대명사급에 속한다. 택시를 타고 오거리요~ 또는 육거리요~ 라고 말을 하면 딱 그곳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육거리는 젊은층이 모여 쇼핑하고 술 먹고 노는 시내와 좀 더 가깝고, 오거리는 구 포항역과 죽도시장 등과 가깝다. 포항시내는 크지않아 오거리와 육거리 역시 도보로 15분 정도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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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웅장한 포항시청, 대구시청보다 더 화려하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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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서 포항 지진의 피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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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여행의 시작, 오거리

죽도시장

오거리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죽도시장을 만날 수 있다. 죽도동에 있는 시장으로 대나무가 많은 섬이라는데서 유래되었다. (포항은 섬과 뭍을 매립해서 만든 도시이다) 대형마트 때문에 시장의 위세가 축소되었다고는 하나 포항죽도시장 만큼은 여전히 포항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고 포항의 경제사정을 잘 알 수 있는 곳이다. 죽도시장 입구에 있는 개풍약국은 여전히 경북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곳이기도 하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죽도시장에서 물회를 많이 먹는다. 포항의 대표먹거리하면 떠오르는것이 물회! 아직 안먹어본 사람들은 물에 회를 말아 먹는것이 이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회덮밥에 가깝다. 비빔양념이 자작한 스타일의 회덮밥이다. 그래서 처음 먹더라도 크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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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도시장 뒤쪽, 수산물을 파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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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어 보이는 해산물로 가득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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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싸서 엄두도 못내는 대게...

송도해수욕장

죽도시장에서 나와서 살짝 아래로 가면 송도해수욕장이 있고, 위로 가면 영일대해수욕장이 나온다. 송도해수욕장은 사실 해수욕장의 기능을 잃은지 30년도 넘었지만... 예의상(?) 아직도 해수욕장으로 불리고 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송도똥물이라는 애칭이 있었을 정도니까, 그 수질은 상상에 맡기겠다. 이유는 이곳의 위치를 지도에서 보면 한번에 알 수가 있는데, 바로 건너편에 포스코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아무리 친환경 광고를 도배한들... 그걸 제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아무튼 포항은 포스코로 인해 경제를 얻고 환경을 잃었다.

그래도 송도해수욕장은 포항에 왔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다. 일단 해변 옆으로 최근엔 카페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추세라서 바다 보면서 커피를 즐기기에 좋다. 강릉 커피거리처럼 사람이 붐비지도 않아 여유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밤이 되었을 때 여기서 바라보는 포스코 야경도 아름답다. 공장 야경중에서는 거의 전국에서 최고가 아닐까 싶고, 사진 매니아라면 분명히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하지만 공장 연기가 뿜뿜하는 곳이니 너무 오래 있지는 말자. 비염걸린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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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의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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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거리와 멀리 보이는 포스코

동빈내항

죽도시장 뒷골목, 수산물 파는곳을 빠져나오면 동빈내항으로 나오게 된다. 항구로서의 기능은 현재 없지만 최근에 복원사업으로 살아날랑말랑 하고있는 곳이다. 잘 꾸미면 엄청난 관광자원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개발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너무 대놓고 관광지인 곳 보다는 무심한 관광지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동빈내항은 꽤나 매력있는 곳이다. 운항 하는지 안하는지 모를 낡은 배 몇 척, 대~~~충 관리하다가 만듯한 조그마한 공원, 느릿느릿 동빈큰다리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동빈내항을 걷다보면 당신도 이런 모습들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동빈큰다리를 지나면 바로 앞에는 포항함과 요트가 정박된 것을 볼 수 있다. 요즘은 퇴역한 함정을 관련 도시에서 체험관으로 재활용하는게 유행인가보다. 포항함은 천안함하고 같은 급의 초계함으로, 초계함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안을 둘러보면 좋겠다. 입장료가 무료니 부담도 없다. (군산에 있는 위봉함은 입장료 천원을 받길래 들어가보지 않았다 -짠내 작렬-) 아, 그리고 포항함 앞에서는 포항해군동지회에서 젊은 해군 예비역을 모집하고 있으니 혈기가 넘치는 분들은 동지회에 참여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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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빈내항은 공원으로 탈바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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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빈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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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짠내가 풀풀 나는 동빈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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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지는 동빈내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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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함과 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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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해군 동지회 회원모집 중... 신청 가즈아~!

포항 시내

동빈큰다리를 기준으로 서쪽방향으로 가면 포항 육거리가 나온다. 포항에서는 오거리, 육거리가 그 흔한 교차로가 아니고 하나의 명소이다. 육거리 근처에는 술 마시는 술집이 모여있고 CGV가 있다. (포항에 2개있는 CGV 중 하나) 제대로된 시내는 중앙상가길로 들어가야 한다. 이곳은 차량이 통제된 곳이고 가운데 실개천이 흘러서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육거리에서 시작되는 중앙상가 초입부에는 아웃도어 매장들이 많은데 처음 간다면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너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에..-_- 시내라고 해서 왔는데 여기가 장사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아마도 포항에 대형백화점, 이마트, 아울렛이 들어오면서 시내 장사가 좀 많이 죽은거 아닌가 싶다.

그러나 좀 더 가다보면 포항우체국을 시작으로해서 좀 더 밝은 분위기가 난다. 미용실, 폰가게, 오락실, 그리고 보세의류 매장들까지 시내스러운 모습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내 여행기대로 따라온 사람이라면 시내에 올 때까지 한푼도 쓰지 않은것을 알았을 것이다. 시내에는 몇군데 유명한 맛집이 있으니 배가 고프다면 시내에서 식사 한번 하는것도 좋다.

  • 육거리 로타리냉면
  • 초원통닭
  • 조방낙지

시내에서 맛집으로 추천할 만한 곳은 위 3군데 정도가 있다. 맛집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의 입맛에 다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저 세 식당은 포항에서 엄청나게 오래된 집이다. (기본이 30년은 넘는다) 요즘 서울에는 존재하기 힘든... 그야말로 터줏대감 같은 곳들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식당을 가는것이 지방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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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포항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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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개천이 흐르는 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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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nce 1971 초원통닭.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전통있는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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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날씨이지만 시내에는 항상 사람이 꽤 있다.

여행 마무리

시내를 중심으로 해서 포항 짠내여행을 좀 해보았다. 이 루트로 돌아다니면서 내가 쓴 돈은 0원. -_-;; 사실 돈을 쓰면 원없이 쓸 수 있는곳이 또 포항인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원래는 이 코스대로 돌아다니면서 죽도시장에서 물회나 고래고기를 먹어볼 수 있고, 송도해수욕장 앞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마셔봐야 한다. 시내 중심가에는 경북 최대의 오락실인 2002 오락실이 있어서 몇 게임 하는것도 필수코스 중 하나이다.

이번 글에서는 소개하지 못했지만 포항에서 가장 화려한 밤거리인 영일대해수욕장(구 북부해수욕장)은 또 어떤가? 이곳에서 포스코 야경을 보면서 조개구이를 먹는것은 포항에서 꼭 해봐야 하는 것 중 하나이다. 그리고 한걸음 더 들어간다면 구룡포의 과메기와 오징어까지도... 한번 파면 계속 파야하는게 포항여행의 묘미이다.

요즘엔 포항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포스코 역시 MB와 상득이형님이 장난을 많이 쳐놔서 예전만 못하다. 여러가지 악재로 인해 경제사정이 힘든 포항이지만 그래도 돌아다녀보니 관광도시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는 포항이었다. 아직 포항을 가보지 않은 분들은 주말 KTX를 이용해서 숨겨져있는 포항 여행의 매력을 발견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