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14. 07:00ㆍ도서 리뷰
하루에 한 번
입이 심심하다며 과자를 먹듯이,
하루에 한 권
머리가 심심할 때 아무튼 시리즈를 본다.
책을 느리게 읽는 사람도
1-2시간이면 뚝딱 읽을 수 있는
한 손에 잡히는 사이즈.
나... 책 좀 읽는 남자였뉘...?'
이 시리즈의 장점은
가벼운 내용도 내용이지만
완독이 주는 즐거움이 더 큰 듯 하다.
아무튼, 방콕은
매년 휴가차 방콕을 가는
작가와 그 여자친구의 이야기다.
여행에 미치기 위해 방콕에 간 것이 아니고,
쉬러 간 것이기에
책 내용은 다소 단조로운 편이다.
에버노트에 그때그때 적어놓은 감상을
출판을 위해 한데 모아놓은 느낌?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와 비슷하다.
반면,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여행책들은
작가가 책 출간을 위해 여행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그러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는
여행이 아니라 일로 간 것이어서
에피소드에서 갖은 MSG와 양념이 느껴진다.
그런면에서 아무튼, 방콕은
MSG 없는 순도 99%의 청정구역이다.
채소로만 국물을 내는,
장사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그런 식당 있지 않은가.
(다행히 최근 3쇄를 찍었다고 한다. 내가 걱정할 건 아니지만...)
작가의 여행 스타일은 나와 비슷한게 많아서
책을 읽다 말고 작가 이름을 확인해 보기도 했다.
혹시 내가 쓴 건가?;;
여행지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습관,
습한 동남아 날씨를 좋아하는 취향,
적절히(!) 사람이 붐비는 것을 좋아하는,
그렇지만 지나치게 많은건 또 싫은...
이 사람 나랑 왜케 닮은거지?
앞서 말했듯이
여자친구와 휴가를 즐기며 느꼈던
감상을 정리한 책이어서,
방콕이 타이틀에 있는 책이지만
그 흔한 카오산로드가 나오지 않는다.
각종 사원과 명소, 맛집 역시 거의 없다.
대신 마사지샵 소개가 나오는데,
책에서 몇 번이고 샵 실명을 거론할 정도로
작가의 극찬이 쏟아지는 곳이 있다.
책 전반에 시니컬함이 폴폴나는 작가가
이 정도로 극찬하는 마사지샵이라니.
다른데는 몰라도 여기는 다음 방콕 여행 때 꼭 가봐야지.
아무튼, 방콕을 다 읽고나니
몸이 욕조 수면 아래로 꺼지는 듯한
나른한 기분이 들었다.
심심한 국물의 설렁탕 한 그릇을 먹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뭐람.
사람마다 여행 책을 집어들 때는
그 목적이 분명하기에,
이 책을 읽을 사람은
책 성격을 미리 파악하고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가슴 뛰고 동기부여 미친듯이 막 되는 그런 책은
한비야 쪽으로 가면 된다.
(아, 요즘도 한비야가 있나...?;; 나는 옛날 사람ㅠㅠ)
참고로 이 책의 작가가
팟캐스트에 나온 적이 있다.
(링크에서 '방콕'을 검색)
오디오로 들은 후 책을 읽으면
책이 훨씬 재밌으니 함께 즐겨보길 바란다.
나는 그렇게 했더니 작가의 성격을 이해하게 되어서,
왠지 이들 커플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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