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계속' 서평 | 반복되는 일상의 위대함 | 아무튼 시리즈(3)

2020. 2. 24. 07:00도서 리뷰

아무튼, 계속
내가 3번째 읽은 아무튼 시리즈이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는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해서 결국은 성취해 내는,
자기 계발적인 내용인 줄 알았다.
(예를 들면, 아무튼, 요가에서 처럼
미친 듯이 요가만 해서 요가 강사가 된다던지...)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런 성공 스토리 류의 이야기는 아니었고,
일상의 루틴이 주는 행복을 말하는 책이었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패턴을 보면,
출근 전 반드시 화장실 청소를 하고,
퇴근 후에는 옷만 갈아입은 채 20분간 집안일을 한다.

월수금은 저녁 수영을 하며,
매주 토요일은 이불 빨래를 돌린다.
매년 봄에는 영화 4월의 이야기를 보고,
10월에는 키우는 식물의 분갈이와 거름 작업을 한다.

어떻게 사람이 365일 이런 반복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지만,
작가는 이를 위해 야근이나 약속을 되도록 피한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라며,
그저 변함없는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단다.

아무튼, 계속 김교석 작가


"아무렴, 어떤 짓을 해도 시간은 멈출 수 없고,
그 속에서 우린 어떻게든 변한다.

하지만 나는 돌아올 여름을 맞이하며
지난여름에 느꼈던 감정을 또다시 느끼고 싶고,
그 뜨거운 바람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다시 반복되길 바란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이
가만히 있어도 움직이는 무빙워크와 같다면
굳이 그 위에서 더 빨리 걷지 않겠다.

그러다 보니 대략, 이렇게 살게 됐다."

(책 내용 중 일부)


작가는 이것을,
항상성 또는 일상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튼, 계속의 작가는 익숙함에서 만족감을 얻는 유형이다.

처음에는 책 속의 꽉 짜여진 루틴을 보며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다 보니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TV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사람답게
문장력이 뛰어나서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품위 있는 것처럼
흥미롭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묘하게 빠져든단 말이야...)

현재까지 아무튼 시리즈를 3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읽은 책 중에는 2-3번 읽고 싶을 만큼 작가의 글 솜씨가 좋았다.
내용 자체는 별 거 없을지라도
그걸 표현하고 묘사하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영화 주간지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현재는 여러 매체에 고정 칼럼을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책을 통해 그 내공을 단번에 알 수 있었고,
이 분이 쓴 온라인 칼럼이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족)

딱 한 가지 걸리는 건
작가의 일상 속 루틴 중
일본과 관련된 취미 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책을 쓴 시점이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기 전이고
작가가 이러한 취미를 가진 것은 그보다 더 전일 테니,
작가가 개인적으로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알게 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고,
앞으로 이 책을 볼 사람들도
그 점을 미리 감안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