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고민일 때? 책을 읽자① 《어제도 오늘도 퇴준생입니다》

2021. 6. 8. 07:00도서 리뷰

나는 퇴사자다. 퇴사한 지는 6년째이고, N잡러(=백수로 수렴되는)로 지내고 있다.
지금처럼 있으면서 직장 월급보다 더 벌어본 적은 없다. 더 일해본 적도 없고.
그래도 퇴사를 후회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은 장단이 있는 것이고, 난 지금에 만족한다.(정신승리 5G go~)

그럼에도 회사를 관둘 때 이건 해볼걸~ 하는 아쉬움은 있다.
퇴사 선배(?)들의 책이나 강연을 두루 찾아다니는 일이다.

남 따라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여러분 이건 하세요', '여러분 이건 하지 마세요' 같은 류의 이야기를 할까 지레 겁먹었나 보다.
들어보고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고집 있었던 모양이다.

취업하셨나용? 이제부터 당신은 퇴사준비생입니다.


 

코로나 이후로 경제가 어렵고 취업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이 시국에도 취준생만 존재하는 건 아니어서, 취직은 했지만 힘든 사람도 늘 있는 법이다.
동전의 앞뒷면이 공존하듯 취준생의 반대편엔 퇴준생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마음가짐이, 심리상태가 늘 같지 않으니까.
취업 전에는 취업만 하면 살 수 있을 것 같고,
취업 후에는 퇴사만 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어제도 오늘도 퇴준생입니다》는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직장인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사실 직장인보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보면 더 도움되는데, 취준생 입장에서는 공감이 안될 수 있다. 직장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렇다.
이 책의 저자가 30대이니 비슷한 연령의 독자라면 책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몰입해 봅니다.


 

작가 소개

책의 주인공, 박철홍 님은 3년 간 회사를 다니다 퇴사를 하고 작가가 된 분이다.(완전 부럽)
온라인에서는 리브로맨스(liveromanc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직장인에게는 1/3/5라는 마법의 숫자가 있다.
이 연차가 되면 이상하게 잡생각이 많아지고, 인생에 고민이 쌓여가며, 너도나도 철학자가 된다.
(사무직/현장직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이 썩 좋지가 않다.)

각 연차마다 퇴사자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①년차 퇴사는 회사가 입사 전 자신의 기대와 너무 안 맞는 경우에 해당한다. 일의 만족도가 형편없거나, 상사 중 소시오패스가 있거나, 회사 내 멘토가 없거나 할 때 발생한다. 취직의 기쁨과 동시에 퇴사를 고민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래도 1년 차 퇴사자는 다음 행선지에서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사람 개개인으로 봤을 때 이 시기는 누구나 전성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장 용기 있게 퇴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③년차 퇴사는 이 책 저자의 케이스다. 업무의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일만 하다 나이 먹는 것의 두려움 같은 것이 퇴사의 이유이다. 3년 차는 실제로 회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군대로 치면 일병에 해당한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에 따른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 문제. (경험상 회사의 관리자는 하급자에게 일과 함께 책임도 함께 떠미는 경우가 많다.) 남자의 경우 30대 전후가 되면 대략 직장 3년 차가 된다. 서른 즈음이 되면 세상에서 내가 뭐라도 될 줄 아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나는 서른이 되면 마크 저커버그 정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그 나이가 되니 그냥 페이스북 사용자가 되어 있더라.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잘 극복하는 것이 직장 3년 차를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기준점이다.

⑤년차 퇴사는 내 경우에 해당한다. 나도 사실 박철홍 작가처럼 3년 차에 퇴사하고 싶었으나 2년을 더 다니고 회사를 관두었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퇴사할 때 현금 1억 원은 있어야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그 시점이 5년을 채웠을 때였다. 5년 근속 상금을 받으면 더 좋고. 남들에게 이야기할 때 직장 5년 다녔다고 하는 게 뭔가 좀 깔끔해 보였다.(4년 다녔다고 하면 이상하잖아) 지나고 나니 더 일찍 퇴사했어도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사는 건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일찍 퇴사했으면 그만큼 더 큰 경험을 했을지 모를 일이다.

여러분은 퇴사를 꿈꾸는 퇴준생인가? 사람이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기에 여러 선배들의 테크트리를 꼭 분석해보기 바란다.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케이스를 찾는다면 퇴사 후 시행착오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은 입사 후 '확실한 불안감'이 되었다. 기존의 목표를 수정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인정받는 회사원'에서 '생존하는 회사원'이 되는 것으로 말이다.


 

책의 구성

어제도 오늘도 퇴준생입니다》는 총 네 파트로 되어있다.
모두 작가 본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 Part2

취업에 성공했지만 퇴사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나온다.

  • 취업 전에는 능력 있는 회사원을 꿈꾸지만 현실은 일 쳐내는데 급급
  •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이 코 앞
  • 주말에 뭐 좀 해야지! 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시간 순삭

직장인 치고 위와 같은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는 CEO가 될 상이다)

여기에 글쓴이가 퇴사를 결심한 큰 원인이 또 있다. 휴가지에서 생긴 극심한 두통!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업무에 대한 중압감을 떨치지 못하고 큰 두통이 생긴 것이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모든 휴가를 망치게 된 상황...

이 이야기가 공감 가는 건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해서다. 평생 두통이 뭔지 모르고 살다 회사 3년 차 때였나? 걷기 힘들 정도로 심한 두통이 갑자기 왔고, 오후 반차를 낸 후 집에서 앓아누운 적이 있다.(업무 스트레스 때문)

또한 직장인 시절에는 5년 내내 장트러블을 달고 살았다. 유일하게 장이 편안한 시기가 있으니 그게 해외여행을 갔을 때였다. 외국에서는 희한하게 속이 편안하더라. 별 안 좋은 길거리 음식을 먹었는데도 말이다.

회사를 다닐 때의 단점만 말했지만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답 없이 관두라는 말은 아니다. 가장 좋은 건 스트레스 없이 직장에 다니는 것이다. 다만 그게 노력해도 되지 않고 본인 건강을 해칠 정도가 되면, 그때는 퇴사를 하나의 옵션으로 염두해 두어야 한다. 돈 번다고 건강 잃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몸도 마음도 불편한 채로 억지로 잠을 참는 것이 전부였다. 부질없는 일들로 의미 있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이것이 나의 불금이었다.  연차가 쌓일수록, 하는 일의 규모나 책임이 커질수록 이곳에서 밥값을 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Part 3 & Part 4

Part 3에는 퇴사를 위해  작가가 실제로 했던 일과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있다. 책에서 가장 비중이 많은 부분으로, 여기만 보면 에세이가 아니라 실용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퇴사를 마음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Part 3가 가장 도움될 것이다.

Part 4는 퇴사 후 작가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퇴사하면 뭐 먹고사는데? 나도 퇴사자이지만 이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기 어렵다.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퇴사자의 상위 1%에 해당할 지도 모르겠다.

이 두 파트는 책의 핵심적인 내용이니 내가 전부 요약하기보다는 책을 통해서 직접 만나보기 바란다. 핵공감 한 문장만 말하자면, 퇴사를 할 때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고 나오라는 작가의 조언이다. 이건 만국 공통으로 어느 퇴사자를 만나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갑자기 퇴사한다고 하면 그동안 나를 갈구었던 상사가 갑.분 천사로 변하는 역사를 경험하게 된다. 힘들기만 했던 야근은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칼퇴근으로 바뀌는 성령 체험이 일어난다. 그러니 아무리 회사에 악감정이 있어도 마지막은 누구나 즐겁고 유쾌한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대게는 그렇다!

이 서평을 읽는 여러분께.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퇴사 선배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는 게 도움이 된다. 가장 쉬운 길은 책을 보는 것이다. 보통 퇴사와 관련된 책들은 두께가 얇은 편이라 마음먹으면 퇴근하고 단박에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인생에 큰 결정을 하기 전에 퇴사 책을 많이 볼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어제도 오늘도 퇴준생입니다》를 여러분에게 소개하는 이유이다.

이는 마치 인생이라는 큰 바다에서 '회사원'이라는 첫 정착지에 도착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한 탓에, '삶'이라는 배의 방향을 잡는 것을 놓치는 것과 같다. 결국 나의 목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었고, 회사는 개인의 목표를 채워나가기 힘든 곳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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