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여행[3] - 베트남이 그리워서 찾아간 김해 베트남 식당 '야타오'

2020. 11. 30. 07:00한국여행 방가/국내 여행

김해 여행을 준비하면서 처음 계획은 가야문화 탐구, 봉하마을 추모 등 품격 있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김해에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구시가지에서 야생 외국인거리를 만나면서 먹방에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외국인거리라고 하면 이태원이 대표적이지만 그곳은 임대료 문제로 상권이 무너진 지 오래다. 나는 이태원에 비해 김해가 여러 가지로 훨씬 좋았는데, 식당 사장님이 외국인이고 손님도 전부 그 나라 사람인 게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면 베트남 식당에 가면 주인/알바/손님이 다 베트남 사람이고, 인도네시아 식당에 가면 전부 인도네시아 사람인 식이다.(진짜임)

김해 외국인거리 (찐이야~~~)

이렇게 리얼한 곳은 처음이라 흥분하며 어디부터 가야할 지 고민했다. 거리를 둘러보다 처음으로 간 곳은 베트남 식당 '야타오'였다. 베트남은 50일 정도 장기 여행을 해서 좋은 추억이 많은 나라였고, 마음이 가는 대로 이끌려 들어갔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올해 또 베트남 여행을 갔을 텐데 여전히 방구석이라니... (믿을 수가 없긔)

추억의 베트남 종주 여행

식당은 일부러 늦은 점심 시간에 방문했다. 코로나 이후 여행지에서의 나름의 철칙이 몇 개 있는데 식당 피크 타임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갈 때는 사람이 최대한 적을 때 가는 것, 웬만하면 이 규칙만 잘 지켜도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식당에 들어가니 홀 구석에서 베트남 분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놀고 있었다. 음악도 베트남 음악으로 시원시원하게 틀어놓고. 역시 기대했던대로 여긴 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홀에서 직원이 놀고 있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지만 베트남에서는 이런 게 자연스럽다.

한국사람도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

베트남 식당은 대체로 메뉴 수가 적은 편이다.(태국과 비교하면 정반대임) 현지에서는 반쎄오 1개만 파는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야타오 식당의 메뉴는 10개 정도로 평균이다. 하나씩 다 먹어보고 싶지만 처음이니 그냥 쌀국수(퍼보)로 주문했다. 베트남 여행할 때 원 없이 먹어봤던 쌀국수이다.

주문을 앞두고 흥분한 듯. (초점 어디갔니)

베트남 길거리에서 미친 듯이 면치기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김해에서의 첫 외국 음식을 먹었다. 큰 그릇에 가득 담긴 쌀국수와 소고기, 그리고 고수는 별도 접시에 담겨 나왔다. 나도 처음에는 고수를 잘 못 먹었는데 지금은 동남아 음식에 고수가 없으면 2% 부족하게 느껴진다.

프랜차이즈 베트남 식당과 비교는 노노. 이런 곳이 진짜예여.

식사하는 내내 옆에서 떠들고 노는 직원들 덕분에 진짜 베트남에서 식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단돈 30만 원에 쉽게 왕복할 수 있었던 나라를 지금은 못 간다는 게 여전히 실감 나지 않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식으로 해외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잠깐씩 위로받을 수밖에. 앞으로 베트남이 그리울 때 김해로 올 것 같다.

(야타오 식당에 붙어있는 전단지) 여기가 한국인지 베트남인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