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여행하기 좋은 예천군 당일치기코스 | 경북 HI STORY 부모님과 청춘예찬

2020. 9. 24. 07:00한국여행 방가/국내 여행

부모님 취향저격 여행지, 경북 예천에 다녀왔다. 캐리어에 짐을 잔뜩 싣고 예천으로 ㄱㄱ!! 해외여행이 어차피 불가능하기에 요즘은 국내여행할 때도 캐리어를 끈다. 남들이 볼 땐 좀 오바스러운 면이 있지만 여행 텐션 올리는데 캐리어만 한 게 없다.

출발 전까지 예천이 어디 붙어있는지 몰랐다. 대충 멀겠다 싶었는데 수도권에서 2-3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특히 경기 남부에서 출발하면 금방 도착한다.(옛날식으로 표현하면 : 엎어지면 코닿는다) 곤충도시 예천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있을 정도로 자연이 좋은 도시이고 부모님, 아이들과 함께 떠나기 좋은 여행지이다.

당일치기 코스는 (수도권 출발 기준으로) 삼강문화단지 → 회룡포 → 금당실마을 순이다. 예천도 꼼꼼히 보려면 며칠은 묵어야 하는 곳이지만 1 Day 기준으로 세 곳만 정해봤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 컨셉에 맞게 적당히 걷고 적당히 쉬는, 아주 적절한 장소들만 모았다.

@경북 예천

①삼강문화단지

경북여행을 몇 번 다니다 보니 문화단지를 자주 보게 된다. 20대 때는 나이가 어려 이런 곳엘 잘 안 갔고, 요즘엔 역사와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면서 자주 가보게 된다. 문화단지에 가면 선별되고 검증된 텍스트를 읽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삼강문화단지에는 여러 볼 것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건 삼강주막이다. 삼강지역은 3개의 강이 만나는 곳으로 조선시대 때 과거시험을 보려면 이곳을 지나가야만 했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만 했고, 그전에 술 한잔하고 쉬기 위한 주막과 숙소가 생겨나게 되었다.

지금으로 치면 수능시험 전에 소주 한 잔 하고 시험 보러 가는 것인데... 큰 시험 앞두고 어떻게 그럴까 싶지만 삼강주막에 앉아보면 그 마음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흐르는 강을 보고 있으니 음식을 안 먹을 수 없어 도토리묵+배추전 콤보에 막걸리 한 사발 주문하였다. 풍경을 보고 있으니 2~3시간 순삭 될 거 같아 다음 일정을 위해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삼강주막

잃어버린 거문고를 찾아라 [스마트폰 미션 하기]

삼강주막에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미션이 준비되어 있다. 조인나우라는 앱을 깔면 거문고 찾기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GPS 기반이어서 실행하면 알아서 삼강주막 관련 미션이 뜬다.

화면에 나오는 스토리를 따라 근처 조형물로 가서 QR코드를 찍으면 다음 미션을 알려주는 식이다. 시키는 대로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삼강문화단지를 한 바퀴 다 돌게 된다. 30분 정도면 미션을 모두 완료할 수 있다. 이야기 내용이 흥미롭기 때문에 삼강주막에 왔다면 꼭 해보길 바란다. (클리어하면 소정의 상품까지 있다!)

미션 하다보면 자동 다이어트

강문화전시관 둘러보기

삼강주막에서 강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강문화전시관이 있다. 강의 생태와 지역의 민속문화를 소개한 시설이다. 2020년 5월에 개관해서 내부가 엄청 깔끔하다. 아이를 위한 놀이터, 어른을 위한 카페테리아도 갖추어져 있다.

강문화전시관을 둘러보면 삼강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예천 지역의 문화 전반을 알 수 있다. 예천 용문사에 있는 윤장대의 모형이 있어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고, 영상실에서는 아름다운 낙동강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예천 강문화전시관


②회룡포

회룡포는 강이 360도 휘감아 나가는 마을이다. 이런 형태의 지형을 순우리말로 '물돌이'라고 한다. 이걸 한자로 표현하면 물 하, 돌아올 회 = 하회(河回)가 된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하회마을의 뜻이 물돌이 마을인 것이다.

물돌이 마을은 흔히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부른다.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는 험한 산새로 이루어져 있다. 거센 강줄기에도 육지와 끊어지지 않는 이유가 이 단단한 지질 덕분이다.

회룡포의 경우 육지와 연결된 부분이 매우 가늘어, 사람들이 흔히 '한삽만 퍼내면 섬이 되겠다' 라고 말한다. 그 정도로 회룡포는 가장 드라마틱한 곡선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물돌이 지형이 여럿 있음에도 이곳을 최고로 꼽는 이유이다.

예천 회룡포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회룡대이다. 여기서 아래를 내다보고 있으니 20년 전 순수한 미소로 하하호호 뛰어다니던 은서, 준서가 생각났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아역들이다) 저녁에 TV만 틀면 눈물 수도꼭지 바로 OPEN 했던... 너무 울어서 보는게 겁났던 전설의 드라마...

얼마면 되니?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회룡포가 가을동화 앞부분 촬영지라서다. 너무 오래된 드라마라 지금은 1박2일 촬영지로 소개하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나같이 추억 먹고사는 사람은 여전히 회룡포=가을동화다. 집에 아직 교복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회룡포 올 때 꼭 가지고 오시라. 입고 뿅뿅다리 건너는 순간 여러분도 은서, 준서가 된다.

회룡대 가는길에 있는 하트산과 사랑의 자물쇠 (남산 대신 회룡대에서 하세요)


③금당실마을

천재지변이 없는 마을, 병이 없는 마을, 조선의 수도가 될 뻔했던 곳. 예천의 금당실마을이다. 2년 전에 처음 방문했다가 의외로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마을 입구의 유일한 슈퍼에서 콜라 하나 사서 한 시간 넘게 멍 때리며 마을을 바라봤었다. (보호수 아래 벤치가 명당이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한옥마을이 많지만 금당실은 그중 가장 사람 냄새(?) 나는 곳이다. 옛날 모습 그대로 주민들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일부러 만들고 꾸민곳이 아니어서 시끌벅적한 관광지의 모습은 1도 없다.

그저 걸으면서 조용히 이야기하고, 사진 찍고, 휴식 취하기 좋은 장소이다. 예천의 대부분 여행지가 코로나에 안전한 편이지만 금당실은 특히 더 안전하다. 오히려 주민분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으려면 마을을 돌아다닐 때 마스크 잘 쓰고 조심해야 한다.

평화로운 금당실마을

마을 구경을 하기 위한 진입지점은 세 군데가 있다.

  • 용문면사무소: 금당실마을의 입구이다.
  • 용문중학교: 마을 주민들이 직접 조성했다는 송림(소나무 숲)과 가깝다.
  • 금당실한옥체험관: 교복을 빌려서 마을 구경을 할 수 있고 숙박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두번 오면서 3군데를 모두 구경해봤다. 딱 한가지 못해본 건 전통마을과 붙어있는 면내 구경이다. 용문면도 있을건 다 있어서 하루 자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해봄. 교복체험

숙박은 금당실정보화마을 사이트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전화번호를 안다면 민박집으로 바로 전화를 해도 된다. 보통, 한옥에서 자려고 하면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에 좌절하곤 하는데 이곳은 가격대가 아주x2 괜찮다. 옛부터 병이 없는 마을이라고 하니 나도 다음 예천 여행 때는 꼭 금당실마을에서 1박을 해야겠다.

민박집 유천초옥에는 맹수가 살고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여행 중에는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였고,
실내 출입시 방역수칙 준수 및 온도체크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