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연말 카운트다운을 한 것 같은데 벌써 2023년 5월이다. 말도 안된다. 벌써 5월이라니;;; 특히 올해는 더 충격적인 것이, 시간을 아껴쓰겠다고 매일 캘린더를 노려(!)보며 살았음에도 시간 순삭을 당했다.
하루하루 특별한 일이 없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고, 그 선물은 바로...... 영월 한달살기를 하는 것이었다. ^^;;
옛날(=20년 전??ㅎㅎ)에 영월은 "오지게 먼 곳", "강원도 어디즈음" 같은 곳이었다. 한달살기를 결정하고 집에서 얼마나 걸리는 지 내비를 찍어보니 2시간이라고 나와서 당황 좀 했다.
강원도 오지인 줄 알았는데 두 시간 거리라니. 이 정도면 한 달 짜리 짐을 꼼꼼히 쌀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물건 깜빡하더라도 집에 다녀오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짐은 출발하는 날 쌌다.(-_-)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캐리어에 툭툭툭~ 던져놓고 그대로 영월로 출발했다.
주천 읍내, 주천오일장
숙소가 영월 주천면이어서 도착하자마자 번화가(!)로 갔다. 여행자 특~ 주천면 안내도가 있길래 잠시 살펴보고 전체적인 위치를 파악했다. 왼쪽으로 가면 원주, 아래로는 제천, 2시 방향은 평창.
주천에서는 의외로 영월이 가장 멀다. 영월에 있으면서 정작 영월 읍내는 많이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시가 그리우면 제천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주천과 제천이 매우 가깝다)
주천오일장은 1, 6 들어간 날이 장날이다. 운 좋게도 내가 영월에 도착한 5월 1일이 장날이라 시장에 들렀다. (가보고 싶은 사람은 '주천파출소'를 찍고 가면 된다)
오일장은 오후 5시면 파한다고 들었다. 4:50인가? 도착했더니 과일 파는 곳이 하나 남아 있었다. 토마토랑 참외를 한 바구니씩 샀다. 하나당 만 원. 주인 아저씨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과일을 덤으로 주셨다. 사람 냄새 팍팍 나는 순간이었다.
주천 돈사랑 순대국
(궁금하진 않겠지만) 나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집에서 채식을, 그것도 자연식물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만 오면 여행자 DNA 핑계를 대며 지역 맛집을 탐방한다.
주천오일장에서 과일을 샀던 건 숙소에 들어가서 과일로 저녁을 때우기 위해서였다. 순대국 간판을 보는 순간 계획이 바로 무너졌다. 뭐에 홀린 듯 발걸음이 순대국집으로 향했다.
순대국 8천 원.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8천 원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고민없이 바로 주문했다.
순대국은 혼자 여행할 때만 먹어서 1년에 많이 먹어봐야 2번 정도다. 올해 첫 순대국은 영월 주천면에서 개시했다. 보글보글 끓는 국밥 그릇을 영접하니 내 마음도 두근두근했다.
이 식당은 간이 세지 않은 편이다. 다대기, 새우젓, 청양고추도 있었는데 기본값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특이한 건 순대껍질이 벗겨져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먹을 때 부드럽고 편했다.
모든 국밥집의 마무리는 자판기 커피가 아닐까 싶다. 돈사랑 순대국에도 무료 커피가 있었다. 순대국을 바닥까지 긁어 먹어서 커피를 마시면 칼로리 폭탄일 것 같았다.
카드 계산을 하면서 커피를 마실 지 말 지 계속 고민하는데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하셨다. "커피 잡숫고 가세요~~~"
고민이 한방에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이 커피 마시고 가라는데 손님으로써 안 먹고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완벽한 자기 합리화와 함께 믹스 커피를 손에 들고 나왔다.
이렇게 주천오일장, 순대국, 믹스 커피로 내 영월 한달살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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