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2. 07:00ㆍ칼퇴의품격 일상/일상과 생각
오랜만에 미용실에 염색을 하러 갔다. 새치 때문에 정기적인 염색이 필요하지만 매번 미용실에서 할 수는 없어 미루던 중이었다. 마침 경기도 지역화폐를 쓰면 미용실 10% 할인이 돼서 겸사겸사 미용실 나들이를 갔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미용사 쌤한테 말로 한대 맞음.
"사장님~~~ @#$염색은@#$$, 커트도@#$#$~~?"
29살까지는 종종 학생 소리 듣다가 30 되면서 갑.분.사장님이 된 나였다. 어딜가나 '사장님, 사장님...' 이라며, 그렇게 한 번 불려진 호칭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난 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사장님이 되어버렸다. (저 사장님 아니거등여???)
상대를 부르는 호칭이 우리나라에서는 쓸데없이 높아져서 한반도에만 선생님이 2천만 명, 사장님이 2천만 명이 생겨났다. 당신은 둘 중 어디인가? 나는 둘 중 사장님이다. 선생님이었으면 좀 나았으려나. 아니, 둘 다 싫고 그냥 '손님~'이면 좋겠는데...
의자에 앉아 볼록 나온 내 배를 만져보니 미용사가 날 사장님이라 부르는 게 이해는 갔다. 관리 안 한 자신을 탓해야지, 누굴 탓할까. 기필코 살을 빼겠다며 다짐을 하는 사이 시간차 공격이 들어왔다.
"보실 것 좀 드릴까여~~~? 신문드리면 되려나~?"
미용사 쌤이 날 진짜 사장님으로 아는 건가. 쌤... 저 신문 관심 없거등여... 정치/사회/경제/문화 관심 없거등여... ㅠㅠ 이 상황에서 도저히 신문은 볼 수 없을 거 같아 괜찮다고 대답했다.
가드 내린 상태에서 연이어 들어온 쨉에 내 마음은 너덜너덜.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은 진정 종이 신문을 탐독하는 사장님의 형상인가. 언제 이렇게 된 것이지? 빠르게 흘러버린 세월이 야속했다.
혼자 궁시렁 세월 탓하는 동안 머리 염색은 숙련된 미용사의 손에 의해 착착 진행이 됐고, 염색이 먹는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왔다. 마침 내게 음료를 갖다 주시길래 이 때다 싶어 나는 잡지가 있으면 좀 갖다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리고 내게 가져다 준 건 '골프' 잡지...
하,,, 미용사 쌤... 저 정말 신문 보면서 경제 흐름 읽다가 거래처와 골프 치러 가는 사람 아니거등여... 제게 왜 이러시는 건가여...
이렇게 나는 독하게 몸매 관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오늘의 기억을 절대 잊지 않으리... 뱃살아, 너 좀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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