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신혼 여행(10) : 이슬람 전통의상을 구매하면 벌어지는 일 | 오만 재래시장 '무트라 수크' 후기

2020. 1. 20. 07:00세계여행 헬로우/오만 신혼여행기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차로 20분을 달려
무트라 지역으로 갔다.

좁은 길, 오래된 건물, 분위기 있는 항구...
판타지 소설에 들어온 듯한 이 느낌은 멍미.
흑맥주 한잔 마셔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오만에는 술집이 없다고 한다)

무스카트 시내에서 무트라로 넘어가는 중
무트라의 낮과 밤

무트라는 무스카트의 올드시티에 해당하는 지역이고,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

항구는 아름답고 도시 곳곳에 볼거리가 많으며,
무스카트의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크루즈를 통해 유럽 어르신들이 오만에 많이 온다. [무트라 항구]
단체 관광객을 많이 만난 곳. 심지어 한국인도 봤다. [오만 왕궁]
무트라의 길목 [무스카트 게이트]

나와 아내는 이슬람 전통의상을 사고 싶었다.
무트라에는 관광객이 많이 가는 재래시장이 있었고,
여기서 옷을 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꼭 여기서 살 이유는 없었다만...)

지금껏 해외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 옷을 구매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땡기더라.

신혼여행이라는 특별함 때문인지,
오만에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인지.
아무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전통의상 입고 여행하기를 시도했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걸...? [무트라 수크 가는길]

무트라 수크에서 이슬람 전통의상 구입하기

해외에서 재래시장을 간다는 것은
눈 뜨고 코 베일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사하는 사람의 내공을
어디 뜨내기 여행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

특히 서양 애들처럼 영어가 자유롭거나,
중국인의 파이터 기질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들과의 전면전은 포기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평소엔 시장을 아예 기웃거리질 않지만...
이번엔 눈탱이 맞더라도 전통의상을 사고 싶었다.

쉽게 올 수 없는 곳...
아름다운 자연...
환상적인 도시 분위기...
.
그리고 오마니 옷을 입고 사진 찍기!

비싸게 사더라도
그만큼 더 많은 추억을 남기리라.
이것이 나만의 행복 회로이다.

-행복은 가까이에-

무트라 수크. 유럽에서 오신 어르신 관광객이 많음.

무트라 수크의 가격 정책은 반정찰 제이다.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가격이 붙어있음.
부르는 게 값임.
정찰제지만 깎아주기도 함.

셋 중에 어떤 가격으로 사든
눈탱이는 맞는다고 보면 된다.

나 같은 경우엔 덜 눈탱이맞고 싶다는 마인드로 임하는 편이다.

상점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슷한 물건이 눈에 들어오고
가격 역시 거의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 분위기는 #아라비안나이트 #눈돌아감 #성공적

상인 대부분은
서아시아(인도/파키스탄)에서 오신 분으로
장사 내공이 상당하다.

호객 행위를 너무 많이 하는 가게는 제쳐두고,
무심한 척 눈 마주치면 웃어주는 가게로 들어갔다.

내가 입고 싶은 옷,
아내가 입고 싶은 옷,
이것저것 입어봤는데
상점 아저씨가 나름 친절하게 옷 입는 걸 도와주셨다.

아내는 마음에 든 게 없었는지
구매 포기를 선언했고,
나는 흰색 칸두라(이슬람 옷)와
녹색 모자 하나를 샀다.

한국인 무슬림 탄생! (기독교 모태신앙입니다만...)


오만에서 전통의상을 구매하면 벌어지는 일(1)

처음엔 불편할 줄 알았던 이슬람 의상
입을수록 편하게 느껴졌다.

올 화이트 색상은
더운 오만의 날씨에도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고,

각 잡힌 전통모자는
내 키를 5cm 더 커 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원래는 전통복장을 입고
인생샷을 여러 장 건지겠다는 목적이었는데,
어느덧 칸두라는 이번 여행에서
일상복이 되었다.

신혼여행단벌로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칸두라 입고 오마니인척 운전하기
밤 산책은 칸두라와 함께...
멋진 관광지도 이 옷 하나면 충분하다규!
할랄 푸드는 이슬람 옷을 입고 먹어야 제맛.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호텔에서 쉴 때도 칸두라만 있음 돼
오만 현지인 되기 전...
오만으로 귀화할 태세
그렇게 나는 한국행 비행기에서도 칸두라를 입었다.


오만에서 전통의상을 구매하면 벌어지는 일(2)

이슬람 복장을 하고 여행하는 것의 장점은
단순히 옷이 주는 편안함이 전부는 아니었다.

외부인이 오만 문화를 존중해 주는 게 좋았던 것일까.
우리가 여행하는 내내
오마니들은 친절한 인사와 호감을 표시해 주었다.

지나가는 차 안에서도
손을 흔들며 웃어주는 웃어주던 모습이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트라를 떠나는 날, 사진 찍자고 다가온 아저씨
오만 식당에서 밥 먹은 후 기념촬영 ^^;;
오마니들은 머리에 씌워주는걸 좋아한다.
칸두라만 입으면 나도 인싸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