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아름다운 섬, 꼬창으로 가는 길. 여행의 시작인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사랑, 너의 사랑 공항 라운지를 조금만 있으면 만날 수 있다.
나는 유독 공항 라운지를 좋아한다. 이거 때문에 여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운지에 대한 나의 기억은 언제나 설렘 그 자체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라운지를 잘 즐기지 못한다. 매번 어떤 사건이 일어나 시간에 쫓기기 때문이다. 상상 속에서는 와인과 느긋한 식사를 꿈꿔 보지만, 현실은 어느덧 기사식당이 되고 만다. (접시에 음식 담기 바쁨)
1분 1초가 모자라
오늘도 예외 없다. 공항에는 분명 출국 3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여유를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사실 여자 친구와 여행을 하면 반복되는 루틴이긴 한데, 면세품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내 여행의 시작이 공항 라운지이듯이, 여자 친구는 공항 면세점이 여행의 출발지이다. 어쩔 때는 면세점 쇼핑을 하기 위해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는 거니까.
여차저차 해서 라운지를 즐길 수 있는 시간 50분이 확보되었다. 기대했던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대략 계산해 보니 4 접시 비울 수 있는 각은 나온다. 참 다행이야.
공항 면세품과의 전쟁
접시에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데 옆자리가 부산하다. 뭐하나 봤더니 여자 친구는 면세품에 코를 박고 포장을 풀고 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는 걸 알기에 먹는데 다시 집중한다.
이내 들려오는 비명소리. 여자 친구가 울상이다. 갑자기 라운지를 나가더니 면세점엘 다시 다녀온단다. 그리고 다시 울상 모드. 확인해 보니 꼬창에서 신으려고 야심 차게 구매한 슬리퍼의 짝이 안 맞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인생에 대해 통달해 가고 있는 나지만 이건 나도 속상했다. 꼬창에서 기분 좋게 신으려고 한 슬리퍼가 왼쪽만 2짝 배달되다니. 여자 친구의 울상이 이해가 간다.
뿐만 아니라 면세품을 교환하려면 포장 그대로 여행 끝날 때까지 보관했다가 귀국 후 처리해야 한다는데, 피해 본 사람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화내 봤자 우리만 손해이다. 화를 낼 대상도 없고.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친 나는 조용히 짜장범벅을 가지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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