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원나잇푸드트립 현실판을 찍어보았다 [가족회관 / 백일몽 / 교동육전 / 투모로우 / 옛촌막걸리 / 초원편의점 / 노매딕브루잉 / 현대옥 / 에루화 / 차경]

2020. 7. 10. 07:00한국여행 방가/국내 맛집&카페

전주 여행의 묘미는 먹는 거라고,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기에 두 커플이 모여 전주 원나잇푸드트립을 다녀왔다. 먹방 여행은 확실히 사람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총 먹으러 다닌 장소를 세봤더니,

  • 식사: 3회 (가족회관 / 에루화 / 현대옥남부시장점)
  • 술집: 3회 (노매딕브루잉 / 옛촌막걸리 / 초원편의점)
  • 간식: 1회 (교동육전)
  • 카페: 3회 (백일몽 / 차경 / 투모로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러 곳을 다녔다. 너무 많아서 상세 리뷰는 힘들고 장소별로 한 코멘트씩 해보려 한다. 아래 장소들은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먹어보고 싶은 사람은 동선을 잘 참고하길 바란다. (야, 너두 먹을 수 있어)

※ 이번 여행은 코로나 총 확진자 수가 30명 일 때 다녀온 것으로, 하루 확진자 수 추이가 높을 때 이렇게 다니면 코로나에 걸릴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가족회관 :: 11시 52분

@전주, 가족회관

비빔밥의 대명사, 전주비빔밥을 처음 먹어봤다. 무형문화재 명인의 집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 편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명인이 직접 요리를 해서 나한테 주진 않을 테니 말이다. 애초에 기대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일까? 전주여행의 시작으로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도 비빔밥 하나에 12,000원 - 15,000원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 생각한다. 그냥 전라도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저렴한 비빔밥 먹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백일몽 :: 12시 40분

@전주, 백일몽

요즘에는 백일몽 같은 카페가 유행이라고 한다. 입구에 아무 간판이 없는 스타일. 그래도 너무 하긴 했다. 작은 글자 하나 넣었으면 더 좋았을걸. 연유가 들어간 시그니처 커피는 내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디저트까지 단 걸 시킨 건 실수였다. 달달 조합에 내 혀는 그만 미각을 잃어갔다.

#교동육전 :: 16시 54분

@전주, 교동육전

전동성당 스팟 하나를 보고 슬슬 배가 고파져 간식을 먹으러 갔다. 전주한옥마을의 육전이다. 유명하다고 말은 많이 들었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육전이라고 하기엔 고기가 너무 적었다. 그러다 보니 식감이 계란물 무침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와중에 맛은 또 있다. (*귓속말* 내용물에 비해 가격 거품이 있어 재방문의사는 0% 임)

#투모로우 :: 17시 44분

@전주, 투모로우

육전이 뱃속에서 미처 소화되기 전, 한옥마을의 일몰 맛집인 투모로우에 갔다. CNN 추천 카페라는데 CNN이 한국에 대해 뭘 알아서 카페를 추천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서 보는 한옥마을의 일몰은 꽤나 멋져서 CNN이란 말에 잃었던 신뢰가 금새 회복되었다.

#옛촌막걸리 :: 19시 21분

@전주, 옛촌막걸리

한국은 처음이지? 에 등장했던 전주의 막걸리촌을 처음 가봤다. 장난 같은 음식들 잔뜩 나오고 막걸리, 소주 왕창 먹는 그런 식당이다. 사실 이런 곳은 20대 때 와야 재밌다고 먹는 곳인데 30대에 오니 별 재미는 없었다.^^: 나오는 음식의 질도 낮은 수준이었고. 족발처럼 생긴 애는 살점이 하나도 없이 비계 조금이랑 뼈만 나와서 나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친구들과 같이 노는 재미가 아니었으면, 혼자 왔다면 돈을 받고 음식을 먹어야 될 정도로 음식 자체는 평균 이하였다.

#초원편의점 :: 20시 59분

@전주, 초원편의점

가게 맥주, 가맥의 원조라고 하는 전주에서 나도 드디어 가맥을 먹었다. 대딩 때 간판 허름한 슈퍼 앞에서 새우깡 하나에 소주 먹던 추억은 있는데, 전주는 실내에서 술을 마신다는 게 달랐다. 맥주 가격이 무척 저렴하고 몇 개 없는 마른안주도 가성비 갑이었다.

초원편의점이 전주 여행 첫번째 날, 6번째 먹는 장소였는데 앞에 2~3개 장소는 빼고 여길 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식당이나 카페는 만족을 하건 안하건 다 예상된 맛이었다면, 초원편의점은 가격이나 맛이 전부 기대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여긴 다음 전주 여행 때도 재방문 확률 200%다.

#노매딕브루잉 :: 22시 10분

@전주, 노매딕브루잉

7번째 먹방 장소로 노매딕브루잉에 왔다. 가게 이름이 우리나라 사람이 지었을 거 같지 않았는데 역시 주인이 외국인이었다. 카오산로드에 있을 것 같은 상호명이 전주한옥마을에 있으니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생맥은 지금까지는 실패한 적이 없어 생맥=맛있다 공식을 늘 갖고 있었고, 노매딕도 예상되게 #성공적 인 맛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7번째 먹방 장소임에도 안주로 포테이토를 2개나 시켰다는 거다. 진짜 원나잇푸드트립도 이렇게 까지는 안 할 텐데. 하루를 마무리하며 '정말 이렇게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대옥 :: 다음날 11시 19분

@전주, 현대옥

전주 여행의 두 번째 날이다. 첫날은 정말 너무 먹어서, 웬만하면 거르지 않는 숙소 조식을 걸렀다. 오전 11시가 되었음에도 어제 먹은 게 소화가 안 될 정도였다. 그래도 명색이 푸드트립이니 꾸역꾸역 현대옥 남부시장점으로 갔다. 정말 신기했던 건 더부룩한 배가 콩나물국으로 소화가 되었다는 거다. 전날 먹은 술을 다음날 해장술로 푼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전날 먹은 음식을 다음날 음식으로 푸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에루화 :: 다음날 14시 16분

@전주, 에루화

현대옥에서 식사를 하고 불과 3시간 후 떡갈비 식당인 에루화에 왔다. 사실 밥 한 숟가락도 먹기 힘든 상태였지만 떡갈비는 디저트 느낌으로 가도 좋지 않겠냐는 친구들이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그동안 먹어왔던 두꺼운 냉동 떡갈비와는 다르게 에루화는 얇게 다져져 있었고 불판에 구워가며 먹는 방식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그만큼 가격도 좀 있는 편이어서 다음에 또 방문하기는 부담스러운 편이다.

#차경 :: 다음날 15시 32분

@전주, 차경

전주 푸드트립의 마지막 장소 차경에 왔다. 빵빵 부어오른 배를 눌러주기(?) 위함이다. 커피 배,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는 건 왠지 과학적인 말 같다. 한국적인 이름을 가진 카페답게 우리나라 전통차와 한국식 디저트가 있었다. 디저트는 몇 번 집어먹으면 다 없어질 정도로 작아서 나는 그냥 첨에 한 입만 먹고 꼬챙이를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