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을 보고 다시 꺼내보는 로봇물고기의 추억

2018. 3. 28. 07:00칼퇴의품격 일상/일상과 생각

이 블로그의 대부분의 글은 나의 여행기와 맛집리뷰이고, 정치사회와 관련한 글은 거의 쓰지 않는다. 정치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입장이 물론 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재미가 없어서 잘 쓰지않게 되는 것 같다. 몇안되는 글이 있긴한데 그 중 하나가 로봇물고기에 대한 글이다. 2014년도에 썼으니 이게 벌써 4년전 일이다. 타임루프도 아니고 시간은 또 왜케 빠르니.

4년전에 로봇물고기 글을 쓴 이유는 별거 없다. 그냥 그 내용자체가 넘 웃겨서 썼다. -_-;; 실제로 뉴스를 보면서 빵 터졌을 정도니까. 내용을 다시 요약하면 이렇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질오염이 예상되니 오염도를 수시로 체크하는 로봇물고기를 만들자..!! 애초에 수질을 더 좋게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하는것인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오염이 예상된다니, 여기서부터 내 낮은 아이큐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아무튼 그렇다치고. 그 후엔 어떻게 되었는가? 우리세금 57억원이 깔끔하게 연구비로 쓰이고 개발은 하나도 되지 않았다.

(가장 황당한 지점은, 오염측정을 목적으로 만든 로봇물고기에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장착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미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최소한 센서는 달아놓고 그게 하필 검수할 때 고장났습니다! 정도의 성의는 보여줘야 되는거 아닌가용...ㅠㅠ)

MB가 최근에 구속되면서 여러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시원하게 밝혀질 것이다. 자세히는 나도 다 모른다. 혐의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알려면 석박사 과정 수준으로 공부해야 알 수 있다고 하더라. 내가 그렇게까지 깊히 챙길 여력은 없고... MB전문가들이 분석해주는 내용을 개괄적으로 인지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다만 나는 로봇물고기 같은 쩌리 사건들이 더 재밌고 흥미가 간다.

MB-4대강-로봇물고기
▲ 로봇물고기 (사진 연합뉴스)

MB가 대통령을 하면서 진행했던 수많은 프로젝트들, 그 중에 4대강이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여기서 참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크게 무엇인가를 해먹으면서도 작은 부분들까지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 같은 것들 말이다. 보통은 일을 하면서 큰 흐름을 중요시하고 작은 곳에서는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신은 디테일에 있다.

아무리 겉이 화려하고 멋있어도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물고기 사건은 MB가 진정 신계에 있다는걸 보여주는 사례이다. 4대강 같이 엄청나게 큰 국책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작은 걸 묶다니.(아이디어도 기발하고) 솔직히 몇조~몇십조짜리 사업을 하면서 57억을 챙길 생각을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과연 할 수 있겠는가? 아니, 1억원을 해먹을 용기도 없다 ㅎㅎㅎ... (난 소인배염~)

아, 물론 MB가 로봇물고기로 57억을 해먹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그런 뉴스는 본적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해먹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4대강에 로봇물고기를 본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거참, 세금이 57억 쓰였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쓰인거란 말이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_-) 57억원어치 생선을 사서 국민들한테 나눠줬으면 맛있게라도 먹었을텐데 말이지.

그런데 나는 이 사건에서 MB보다 더 얄미운 사람이 있다. 57억원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는 와중에 연구비 8,900만원을 슥~ 꿀꺽한 로봇물고기 연구책임자이다. 야! 할려면 9천만원을 하던가, 8천9백은 뭐니. 뒤에 100만원은 왜 남겨놨냐. 아무튼 이거 어차피 주인없이 맘대로 흘러가는 돈이구나! 싶으니까 떡고물 좀 어떻게 먹어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가상해 보인다. 넘 귀여워서 볼을 살짝 꼬집어주고 싶을 정도이다.

실무자 입장에서 사업자체가 엉뚱하게 돈이 쓰여지는 사업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을 때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을 수는 있겠다. 뭐 우리도 회사에서 죽을힘을 다해 일하지는 않으니까.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연구원은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잘 받았을 것 아닌가. 일 열심히 안하면서 월급 받아가면 그걸로 만족하지, 그 와중에 몰래 8900만원을 부당집행해서 뽑아먹을 생각은 왜 하는겨.

다행스럽게도 연구비 삥땅한 선생님께서 2016년에 처벌은 받은 모양이다. 징역 7년에 벌금 1억 6천만원,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되었다. 현재 2018년이니 앞으로 5년은 더 감옥에 계셔야 할 것 같다. 이 선생님도 나이 50 넘어서까지 연구직에 있으면서 공부 많이하고 열심히 사셨을텐데 8900만원이 뭐라고... 로봇물고기 만들다가 이리 되었으니 앞으로 생선은 쳐다보기도 싫겠다.

마지막으로 진짜 로봇물고기를 만든 미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뉴욕대의 한 연구팀에서 만든것으로, 단순히 미리 입력된 패턴대로 움직이고 관찰하는게 아닌, 물고기의 움직임을 본 후에 그걸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의 로봇물고기를 개발했단다. 이런것들을 연구하는 목적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진화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함이라고. 이것이 진짜 과학자가 가져야 할 마인드가 아닌가 생각해보며, 연구비 삥땅 선생님께 기사 링크를 선물로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