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다운타운,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 고퀄리티 돌아이들을 볼 수 있는 곳

2018. 1. 8. 07:43세계여행 헬로우/미국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에 온지도 2주 정도가 지났다. 어느정도 주위의 길이 익숙해지고 처음엔 신기했던 모노레일이 무심해 보인다. 첫날 밤거리에서 당했던 흑인의 CD 강매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난지도 꽤 되어서, 늦은 저녁에 호텔 밖으로 나서보기로 하였다.

오늘의 행선지는 다운타운(시내)으로 이곳의 거리이름은 프리몬트 스트리트(Fremont street)이다. 대형 호텔이 5km 넘게 늘어서 있는 스트립과는 달리, 다운타운은 내가 흔히 봐왔던 낮은 건물들... 식당, 카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전구쇼로 프리몬트 스트리트 중 한 부분인 Freemont Experience 라는데서 볼 수 있다.

너무나 멋있고 거대한 호텔이 즐비한 스트립 지역에 밀려서 다운타운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 되었다. 라스베가스의 시장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다운타운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은 스트립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스트립 vs 다운타운 비교

스트립과 다운타운을 모두 가보니 확실히 그 느낌이 완연하게 달랐다. 스트립의 재미는 전세계 랜드마크를 완벽하게 모방한 호텔을 구경하는데 있고, 다운타운의 경우엔 '나 좀 돌아이야'하는 한돌아이 하는 사람을 보는데 있다. '건축 vs 사람'이랄까.

쇼의 성격과 사이즈도 다르다. 스트립의 각 호텔 안에는 웅장하고 비싸며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쇼가 열리는데 반해 다운타운은 세네명으로 구성된 밴드가 작은 무대 위에서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공연을 한다. 맥주 한잔씩 손에 들고 주로 백인, 흑인들이 자연스럽게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다.(여긴 전부다 jyp 박진영 수준이다.)

나와 같은 수줍은 아시안들은 카메라 셔터를 소심하게 누르며 나름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긴다. 불행히도 태어나면서 흑인의 리듬감을 갖지 못한 나는 음악을 잘 즐길줄 아는 흑인들이 부럽다. 강남스타일이 유행할 때 라스베가스에 올 걸 그랬다. 말춤은 누구보다 높이 뛸 수 있는데...

다운타운(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즐기기

다운타운은 뭐니뭐니 해도 일단은 전구쇼를 보러 간다. 전구쇼를 하는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에 가면 도로 양 옆으로 낮은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그 위로 아치형 지붕이 덮여있는데 그곳에서 화려한 영상이 일정시간에 상영이 된다. (시간은 저녁 6시~자정, 매 정각에 10분간 진행됨..)

전구쇼를 다 보고 거리를 걷고 있으니 하늘 위로 비명을 지르며 날아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짚라인을 타는 사람들이다. 짚라인은 보통 대자연의 숲 한가운데서 타잔이 된 기분을 느끼며 타는거롤 알고 있었는데... 여긴 수많은 사람들 위로 짚라인이 지나간다. -_-

그들은 걸어다니는 나를 보고, 나는 날아다니는 그들을 본다. 짚라인의 이름은 슬롯질라(Slot Zilla),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가 시작하는 지점에 가면 타는것이 있다. 가격이 비쌀게 예상돼서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무섭기도 하고.ㅠㅠ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의 돌아이들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의 진짜 백미는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는 돌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지금까지 비슷한 시간에 두번을 가봤는데 거의 그 사람이 그 위치에 또 있더라. 각 돌아이들은 본인이 가진 장기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팁을 받는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은 코스튬 복장을 한 사람들이다. 크게 분류를 해보자면, 얼굴과 몸매가 멋있는 사람은 거의 옷을 안 입고 있고(주로 백인), 그게 좀 자신없는 사람은 탈을 쓰고 있다. -_-;;;; 예를 들면... 예쁜 백인은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잘생긴 백인은 수퍼맨, 캡틴아메리카 흉내를 낸 채 관광객과 사진을 찍어주는 식이다.

그리고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슬프게도 흑인은 탈을 뒤집어 써야한다. 흑인이 캡틴아메리카를 할 수는 없잖은가. 사람들이 그걸 보고 공감도 못할테고. 그러다보니 주로 뒤집어쓰는 탈이 스타워즈 제다이, 아니면 디즈니 인형 등을 쓰고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나면 관광객들은 알아서 팁을 그들에게 준다.

코스튬 플레이 외에 다른 장기로는 댄스가 있다. 댄스는 주로 흑인들이 추며 브레이킹, 각기 등을 한다. 우리나라 비보이 만큼은 안되는 것 같지만 얘네들도 나름 춤을 잘춘다. 그리고 특유의 흑인 감성은 다른 인종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이고.

아쉬운 것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흑인 트라우마로 인해 그들의 공연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3~4초만 봐도 김미더 머니를 외칠 것 같은 불안감에 지나가면서 아주 빠르게 흘깃흘깃 봤을 뿐이다. -_-;; 흑인도 착한 사람 많은데... 트라우마가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유형은 카드마술을 하는 이들이다. 이미 이은결로 인해 한국인들은 웬만한 마술에 놀래지 않겠지만... 여기 애들도 마술을 잘 하더라. 눈보다 빠른 손을 이용해 카드를 잡아 휙휙 돌리고 갑자기 손에서 나타난 카드를 보여주자 관광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정신차리고 집에 갈 시간

마음먹고 놀면 새벽까지도 놀 수 있을만큼 재미있는 공연이 많고 사람 구경도 재미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하다는 라스베가스지만 너무 늦게까지 있는건 불안해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담배 연기가 여기저기 만연해 있어서 사실 더 오래 있기도 힘들었다.

돌아오면서 여러가지 잡생각과 아이디어들을 떠올려 보았다. 음.. 내가 다운타운에서 코스튬 플레이로 돈을 번다면 누굴 해볼까. 금방 떠오르는건 싸이지만 체형이 안맞을 것 같고... 잔근육을 키워 이소룡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영어를 잘 몰라도 '아뵤~ 아뵤~~~'만 하면 어느정도 통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라스베가스에서 한달살기를 한다면 꼭 한번 시도해 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이다.

▲ 라스베가스의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지는 곳,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Fremont Street Experience)
▲ 명동인 줄.
▲ 화려함의 끝판왕. 너네 전기 좀 우리집에 나눠쓰자.
▲ 땅에도, 천장에도 사람이 있다.
▲ 허이짜 허이짜, 코믹으로 컨셉 잡은 백인
▲ 밴드 공연장 앞의 거인
▲ 제다이 : 팁 내놔 이넘! 쫘 쫘~~
▲ 세상 즐거운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라스베가스 다운타운(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