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심판, 초중고리그 첫 출장 배정 +_+

2016. 5. 23. 07:30칼퇴의품격 일상/축구심판 도전기

지난 주말, 대한축구협회(KFA)에서 주관하는 초중고리그에 심판 배정이 되어 다녀왔다.

그 이전에는 유소년클럽리그에 배정되어서 주심을 봤었는데, 리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리그는 조금 다르다.

클럽리그는 주말에 클럽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의 대회이다. 연령대도 U-10, U-12로 초등 저학년 위주이다.

반면 초중고리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축구부' 선수들이 하는 리그이다. 축구를 '업'으로 가져보려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클럽리그에 비해 무게감이 좀 더 있다.

초중고리그는 처음 배정받아서 가다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가게 되었는데 운동장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심판 선배님(?)들한테 복장 불량으로 한소리 들었다; (군대 재입대한 기분 ㅎㅎ)

조금은 자유로웠던 IT기업에 오래 다녀서 그런지, 여전히 이쪽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다. 고로 군대 전역하자마자 복학이 붕 뜬 남자들에게 쉬는동안 축구심판에 도전해 볼 것을 강추한다. 체력적으로나 분위기적으로나 딱딱 맞을듯. 강추♬

대한축구협회 초중고리그
진지한 초등부 선수들 모습. 사진은 대한축구협회에서 가져왔습니다.

나는 4급 심판이라 부심만 세 경기를 봤다. 주심이 경험이 많으신 분이셔서 상대적으로 부심은 부담감이 적었다.

중간 중간 스로인 판정 실수를 좀 했는데 공이 우당탕 나가는 경우는 판정이 좀 어려웠다.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너무 순식간에 이루어지다보니 머리 회로가 멈춘 느낌이다.

거기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씨라 오후 시간이 늦어질 수록 코 끝이 따가워졌다. 어린이 선수들도 헉헉 거리는데 안타까운 마음도 좀 들고.

이 날은 하루에 여러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깔끔하게 끝난 경기도 있었고, 코치,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한 경기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 심판들이 개선할 부분도 분명히 있었고, 코치/학부모도 선을 넘어간 항의와 조롱을 한 분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워낙 '갑' 문화가 만연하다보니 상대방을 존중하기 보다는 상대방보다 우위에 있으려는 성향이 너무 강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모두에게 아쉬운 점이다.

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러한 축구리그의 중심이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기성 세대들이 이렇게 서로 옥신각신 다툼하는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축구를 즐길 수가 있을까. 나도 일부 책임감을 느끼며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방구석에서 앱 개발만 했는데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나가 인생 경험 제대로 하고왔다. 이렇게 하루가 다이나믹하고 빡셀수가... 난 다시 안전한 온라인 세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