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시내가 두렵다면? 근교 숙소에서 마음의 준비 먼저하기 ⑤베트남 하노이 여행

2023. 3. 20. 07:00세계여행 헬로우/베트남

그동안 베트남 여행을 한 기간을 모두 합쳐보면 두 달이 넘는다. 두 달이면 나름 긴 시간이고 베트남 초보자는 벗어났다 말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대도시는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다.

이번 여행에서 첫 1박을 하노이 근교 숙박으로 뺀 이유이기도 하다. 4박 5일은 한 도시를 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일정인 건 알지만, 하노이 시내를 내내 돌아다니는 것 또한 두려운 건 사실이었다. (소음과 매연ㅎㄷㄷ)

하노이 속선 지역에서 1박을 한 건 나름의 묘수였다. 비엣젯 항공의 새벽 스케줄로 쌓일 피로를, 교외의 한적한 리조트에서 풀면서 베트남에 적응을 먼저 한다. 그 후에 하노이 올드쿼터 현장으로 출동해 100%의 컨디션으로 여행을 즐긴다.

일종의 "하노이 연착륙 계획"이었다.

아마야 홈 리조트에서 1박 2일 동안 한 일

하노이 근교에 있는 아마야 홈(Amaya Home) 리조트는 규모가 작은 편이다. 1박 2일 충분히 쉬었다 가겠다고 마음먹고 왔지만, 막상 보니 크기가 작아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심심하면 어쩌지?

지내보니 그건 기우였다. 나 자신을 너무 액티브한 사람이라고 과하게 착각한 탓이다. 숙소에 내내 있어보니 나는 예전만큼 에너지 레벨이 높지 않았고, 휴식을 누구보다 잘 즐기는 사람이더라.

다음은 이틀 동안 리조트에서 한 일들이다. 아무것도 없는 하노이 근교에서 뭐 하고 노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을 위해 정리했다.

4박 5일 하노이 여행 모아 보기

1. 책 읽기

▲하노이 출발하기 전 블로그 체험단으로 받은 잡지를 읽었다. 평상시에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왠지 여기선 읽고 싶었다. 숙소 도착하자마자 객실에 있는 G7 3 in 1 커피를 제조하고 발코니에 앉아 독서 코스프레를 했다.

원래의 원대한 계획은 1박 하는 동안 잡지를 다 읽고 한국으로 오기 전 버리고 오는 거였다.(나는 다 읽은 책은 처분하는 편이다. 특히 잡지는.) 집에서 없던 집중력이 리조트에 오면 살아날 줄 알았다. 하지만 집 나간 집중력이 돌아오지는 않았고, 결국 다 못 읽어서 한국에 도로 가져오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2. 수영하기

3월 하노이 날씨는 생각보다 매우 추웠다. 예보에는 최저온도 15도에서 최고 25도로 나오기는 했는데, 그만큼 옷을 얇게 입어서 그런가? 체감은 한국의 3월과 비슷했다.

수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 온 수영복을 놀릴 순 없었다. 숙박 가격도 내 기준에서는 비싼 편이라, 수영 안 하고 있으려니 본전 생각이 났다.

▲고민하다 결국은 수영했다.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준비운동 30분에 실제 수영 고작 3분이었지만... 동남아에서 이렇게 떨어본 거는 달랏 여행 이후로 처음이었다. 달랏은 고지대여서 그렇다 쳐도 하노이는 왜케 추운겨? 북쪽은 북쪽인가. 다음부터 하노이 겨울여행은 고민 좀 해봐야겠다.

3. 접지(어싱)

▲최근에 심취(?)해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접지(=어싱)다. 별 건 없고 땅에 몸을 대는 것. 맨발걷기를 하는거다. 접지가 좋다는 걸 알게된 게 하필 겨울이어서 한국에서는 거의 해보질 못했다. 베트남에 가면 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고, 리조트 안에서 이틀 동안 최소 40분씩은 맨발걷기를 했다.

한국의 겨울은 건조한데 비해 베트남은 습도가 있어서 어싱의 효과가 좋았다. 어싱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발바닥이 뽀송해진다. 이번에는 새벽에 비행기 탄다고 잠을 거의 못 잤는데 피로회복이 깔끔하게 되어서 다음 날 하노이 시내에서도 컨디션 유지하기가 좋았다.

4. 스파 즐기기

아마야 홈(Amaya Home)의 최대 매력은 프라이빗 스파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에는 탕이 하나 있고 건식 사우나, 습식 사우나가 있다. 숙박객은 체크인 후 시간을 미리 예약하고 사용하면 된다.

나는 저녁 식사를 하고 스파를 할 생각으로 늦은 8시에 예약을 했다. 시간 맞춰 가니 MZ로 보이는 서양 커플이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이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여자애는 수영복도 안 입고 탕에 들어가 있는 킹 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본인들도 놀란 모양이었다. 왜 놀라는지는 나도 MZ의 속을 알 수 없으니 모르겠고, 눈치를 한번 준 후에 숙소로 와서 기다렸다. 10분 후에 다시 스파에 가보니 서양 커플이 사라지고 없었다. 부들부들...

서양애들은 간혹 아시아, 특히 개발 도상국에 왔을 때 저마다 무슨 자유의 전사가 된 듯 행동할 때가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순서대로 이용하는 스파에서는 적어도 팬티와 브래지어는 착용해 주면 좋겠다. 모름지기 자유란 최소한의 언더웨어는 입고난 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5. 영화관

▲나는 즐기지 않았지만 아마야 홈(Amaya Home)의 또 다른 히든카드, 영화관이 있다. 사진에 보이듯 진짜 영화관은 아니지만 나름 큰 TV 화면으로 넷플릭스 시청이 가능하다.

공용 공간이지만 스파와 마찬가지로 예약해서 사용하면 된다. 이 숙소에서 2박을 했다면 나도 영화관을 이용했을 것 같다. 베트남 특성상 안 되는 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식당 음식 주문도 가능할 것이다. 비치되어 있는 맥주나 과자를 먹으며 노래를 불러도 OK다.


숙소 체크인을 오전 10시 30분에 해서 시간이 차고 넘칠 줄 알았다. 그런데도 나는 1~4번까지 밖에 못했다. 영화관에서 군것질 하면서 넷플도 좀 봤어야 했는데 못한 게 아쉽다.

이번 글에서 소개하지 않은 것 중에는 삼시세끼 식사가 있다. 식사는 여행에서 너무나 중요한 액티비티여서 별도의 주제로 다루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것만 했는데도 1박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요즘 트렌드를 보니 취미 부자들은 일하면서 취미 생활을 10개씩 한다던데 당최 어떻게 하는건지 나로썬 알 수가 없다. 숨만 쉬어도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