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5. 14:54ㆍ칼퇴의품격 일상/일상과 생각
'장트러블 메이커', '장트라볼타'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장트러블. 공식용어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다. 증후군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병은 아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병적 증상'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회사를 다닌 지난 5년동안 장트러블을 달고 살았다. 언제 어떻게 장으로 들이닥칠지 모르는게 이 증후군의 특징이기 때문에 근무시간 동안 늘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겉모습은 평안해 보이지만 내면은 나홀로 준 전시상황 속에 있었던 것이다.
특히 가장 고통스러울 때는 회의시간이다. 수시로 열리는 직장에서의 회의시간은 그렇지 않아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참석을 하게 되는데 자칫 예민한 '장'을 건드리는 날에는 대형사고가 일어나게 된다.
(크롱... 크롱... 끌끌끌... 커렁 커렁 콰쾅!!!...)
적막감이 감도는 회의시간에 뱃속에 있는 내 장이 혼자 발언권을 가진듯 사자후를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여자 디자이너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그 당혹감에 두겹 입은 내복이 모두 땀에 젖기도 하였다.
그나마 남자들만 있는 팀에서는 이런 상황들을 유머러스한 대화로 풀기도 한다. 오늘 남자 화장실 1번 변기 폭파 완료. 2번 이용바람.
이런 식이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무서운 이유는 명확한 원인이 없다는 것인데 고로 확실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과민성'이라고 하니 신경을 덜 써볼까, 스트레스를 줄여볼까 하지만 어디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음 → 장트러블 발생 → 송곳에 찔린듯한 복통과 잦은 화장실행 → 스트레스 또 받음
비단 직장인만 그러겠냐만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악순환에 빠져있고 해결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나는 퇴사와 동시에 장트러블에서 90% 이상 해방이 되었다. 사실상 거의 복통이 사라졌다. 확실히 이 증후군이 스트레스에 기인했다는 것을 직접 느껴보니 알겠더라.
지금도 이 글을 읽으며 '장'을 부여잡고 있을 전국의 장트라볼타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다가오는 설 명절에 음식이라도 맛있고 시원하게 먹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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