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9. 07:30ㆍ칼퇴의품격 일상/일상과 생각
대학교 후배의 신혼집 집들이를 갔다. 집 주소를 보니 한창 지어지고 있는 신도시라 길이 엉망이다. 하지만 미리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해놓은 덕분에 비교적 쉽게 집을 찾아갈 수 있었다.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은 찾아오는데 힘들었다고 한다. 내비가 산으로 가라고 했다는 둥, 인도를 넘으라고 했다는 둥 제각각 황당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한바탕 유머 잔치가 펼쳐진다.
본격적으로 신혼집 탐방을 했다. 부부 두명만 사는데 내 원룸만한 방이 3개나 있었다. 구경하던 우리 남자 무리들은 화장실에 '욕조'를 보고 소오름 한번, 부부가 같이 컴퓨터를 하는 '컴퓨터방'을 보고 소오름 두번을 외쳤다. 일종의 부러움 같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유독 'LG' 제품이 많았다는 것인데 이 부부가 둘 다 그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였다. 이마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압도적 몰입감의 TV가 무심한 척 거실에 똬! 금으로 도금되어 있는 최신 G4 핸드폰이 오디오독에 똬! 옛날 스타일의 클래식 TV가 침실에 똬! 그야말로 '똬똬똬'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애사심이 깊어도 그렇지, 자기 회사 제품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나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몇 개는 테스트 용도로 집에 가져온 거란다.(부부 중 한명이 품질관리팀에서 일한다.) '제조 회사에 다니니 이렇게 많은 물건을 집에 들여놓을 수도 있구나.'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살고 있는 그들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상대적으로 우리집은 썰렁하고 단촐했다.(아마 가방 몇 개만 싸면 당장이라도 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제조회사에 다닐껄 그랬나? :) 5년이나 회사 다녔지만 집에 가져온건 녹차, 둥글레차 티백 몇 개가 전부인 듯 싶다. 오늘도 티백 열심히 우리며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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