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한달살기 #1 - 경기도에서 강원도 산골(?)로 출발

2023. 5. 3. 07:00한국여행 방가/영월 한달살기

엊그제 연말 카운트다운을 한 것 같은데 벌써 2023년 5월이다. 말도 안된다. 벌써 5월이라니;;; 특히 올해는 더 충격적인 것이, 시간을 아껴쓰겠다고 매일 캘린더를 노려(!)보며 살았음에도 시간 순삭을 당했다.

하루하루 특별한 일이 없다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고, 그 선물은 바로...... 영월 한달살기를 하는 것이었다. ^^;;

옛날(=20년 전??ㅎㅎ)에 영월은 "오지게 먼 곳", "강원도 어디즈음" 같은 곳이었다. 한달살기를 결정하고 집에서 얼마나 걸리는 지 내비를 찍어보니 2시간이라고 나와서 당황 좀 했다.

강원도 오지인 줄 알았는데 두 시간 거리라니. 이 정도면 한 달 짜리 짐을 꼼꼼히 쌀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물건 깜빡하더라도 집에 다녀오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짐은 출발하는 날 쌌다.(-_-)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캐리어에 툭툭툭~ 던져놓고 그대로 영월로 출발했다.

:: 영월 한달살기 모아보기

주천 읍내, 주천오일장

영월-한달살기-1
술의 고장 주천! 한달살기가 끝나면 술 하나 사서 집에 돌아갈 예정.

숙소가 영월 주천면이어서 도착하자마자 번화가(!)로 갔다. 여행자 특~ 주천면 안내도가 있길래 잠시 살펴보고 전체적인 위치를 파악했다. 왼쪽으로 가면 원주, 아래로는 제천, 2시 방향은 평창.

주천에서는 의외로 영월이 가장 멀다. 영월에 있으면서 정작 영월 읍내는 많이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시가 그리우면 제천이나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주천과 제천이 매우 가깝다)

영월-한달살기-2
오일장은 오일장인가? 마트보다 양 많이 주는 듯!

주천오일장1, 6 들어간 날이 장날이다. 운 좋게도 내가 영월에 도착한 5월 1일이 장날이라 시장에 들렀다. (가보고 싶은 사람은 '주천파출소'를 찍고 가면 된다)

오일장은 오후 5시면 파한다고 들었다. 4:50인가? 도착했더니 과일 파는 곳이 하나 남아 있었다. 토마토랑 참외를 한 바구니씩 샀다. 하나당 만 원. 주인 아저씨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과일을 덤으로 주셨다. 사람 냄새 팍팍 나는 순간이었다.

주천 돈사랑 순대국

영월-한달살기-3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궁금하진 않겠지만) 나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집에서 채식을, 그것도 자연식물식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여행만 오면 여행자 DNA 핑계를 대며 지역 맛집을 탐방한다.

주천오일장에서 과일을 샀던 건 숙소에 들어가서 과일로 저녁을 때우기 위해서였다. 순대국 간판을 보는 순간 계획이 바로 무너졌다. 뭐에 홀린 듯 발걸음이 순대국집으로 향했다.

영월-한달살기-4
주천을 떠나기 전 머리고기에 소주를 먹으며 성시경 먹을텐데를 따라해볼거다.

순대국 8천 원.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8천 원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고민없이 바로 주문했다.

영월-한달살기-5
남자에게 국밥이란? (=가성비 킹)

순대국은 혼자 여행할 때만 먹어서 1년에 많이 먹어봐야 2번 정도다. 올해 첫 순대국은 영월 주천면에서 개시했다. 보글보글 끓는 국밥 그릇을 영접하니 내 마음도 두근두근했다.

이 식당은 간이 세지 않은 편이다. 다대기, 새우젓, 청양고추도 있었는데 기본값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특이한 건 순대껍질이 벗겨져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먹을 때 부드럽고 편했다.

영월-한달살기-6
남자에게 자판기 커피란? (=1+1)

모든 국밥집의 마무리는 자판기 커피가 아닐까 싶다. 돈사랑 순대국에도 무료 커피가 있었다. 순대국을 바닥까지 긁어 먹어서 커피를 마시면 칼로리 폭탄일 것 같았다.

카드 계산을 하면서 커피를 마실 지 말 지 계속 고민하는데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하셨다. "커피 잡숫고 가세요~~~"

고민이 한방에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이 커피 마시고 가라는데 손님으로써 안 먹고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완벽한 자기 합리화와 함께 믹스 커피를 손에 들고 나왔다.

이렇게 주천오일장, 순대국, 믹스 커피로 내 영월 한달살기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