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추억 :: 슬로우시티 치앙마이에도 망한 카페가 있다 [하드털이 랜선여행]

2020. 6. 1. 11:30태국여행 싸와디캅/치앙마이 카페

코로나 덕분에(ㅠㅠ?) 집에서 사진 데이터 정리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훅훅 지나가는 여행의 순간을 다시 돌아보며 내가 이랬었나, 이런 곳도 갔었구나 하는 되새김질 중이다. 오늘은 묵혀두었던 치앙마이 사진을 하드털이한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를 할 때 여기는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언제나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물론 여행자에게만) 이 도시는 다음에 와도, 또 그다음에 와도 늘 그대로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매력 때문에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매년 치앙마이를 찾는 것이겠지.

그런 태국의 작은 도시도 자본주의의 칼날을 비켜 갈 순 없는 모양이다. 내가 갔었던 6군데의 치앙마이 카페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중 2곳이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젠 망해서 갈 수 없는 추억의 두 카페를 외장하드의 사진으로 만나본다.

대딩들의 성지 - Wide Awake 24 Hours

Wide Awake :: 1아메 1식빵, 감사했던 소확행

24시간 완전히 깨어있으라는 카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는 공부하는 카페, 노트북 족을 위한 카페였다. 그래서 유독 치앙마이의 대학생이 카페를 많이 찾았다. 나도 괜히 얘네들 틈에 끼고 싶어서 노트북 들고 종종 들렀다.

특별한 인테리어는 없지만 책상 널찍하고 에어컨 빵빵에 와이파이가 무지하게 빨랐다. 여기선 늘 저렴한 아메리카노에 초코시럽을 잔뜩 바른 식빵을 먹곤 했다. 그러고 나면 슬슬 나른해짐을 느끼며 졸음이 왔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할 시간에 나갈 준비를 하는 청개구리 같은 생활을 했다.

돌이켜보면 내겐 Wide Awake가 아니라 Wide Asleep이었던 카페였던 것이다.

뿜어져 나오던 분수는 멈췄고, 현재는 건물 앞에 SALE 딱지가 붙어있다.

샐러드바와 북카페를 동시 운영했던 - Librarista

Librarista :: 신발벗고 입장하던 추억

오한이 올 정도로 강했던 에어컨 탓에 라이브러리스타(Librarista)는 추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여긴 특이하게 샐러드바와 카페를 동시 운영을 했는데, 샐러드바는 가격이 비싸 이용해 보지 못했다. (이젠 영영 맛볼 수 없겠지... 흑ㅠ) 대신 3,500원 하는 적절한 가격의 시그니처 커피만 주구장창 마셨다.

카페 입구에 있는 일본식 대형 고양이를 보며 '얘네들은 일본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실제로 태국에 가장 많은 경제적 원조를 한 나라가 일본이었고, 그래서 태국에 일본 느낌이 스며들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일본 고양이가 치워지고 카페의 흔적이 없어진 현재의 모습을 보니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지난날의 추억이 사라진 게 아쉬우면서도 치앙마이에서 일본 문화의 한 점이 사라진게 좋기도 하다. 다음에 또다시 카페가 들어선다면 태국 전통을 나타내는 동상이 서 있길 바래본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은 외장하드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