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퇴사란? (남시언님 글을 읽고)

2014. 8. 13. 12:32칼퇴의품격 일상/칼퇴 생각

최근 자기 적성에 맞는 회사로 이직을 앞두고 있는 팀원, 좋은 곳에 입사했다며 자랑하는 친구들을 보며 아닌 밤 중에 자체 인생회고를 했다. 나 역시 사람인지라 남들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기 비판을 하기도 하고 남을 시기하기도 하는데, 주위에서 잘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떨쳐내기가 어렵다. 아무튼 밤에 스탠드 조명 하나 켜놓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남시언의 문화지식탐험'이라는 블로그에 흘러가게 됐는데, 얼핏 보니 책도 몇 권 쓰시고 강연도 다니시는 능력자로 보인다. (능력자니까 일단 '즐찾' 추가)

남시언님이 쓰신 포스팅 몇개를 이리저리 보는데 '저 사표쓸께요' 연재시리즈가 눈에 띈다. '이건 또 뭐야...' 하면서 호기심에 1편부터 봤다. 졸려서 잠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보고, 회사에서 보고 점심시간에 보다보니 이틀만에 연재시리즈를 다 보았다. 나이는 나랑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이미 인생을 통달한 사람으로 보인다. 머리로만 아는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저 사표쓸께요' 시리즈에서 인상에 남았던 문장들

'회사의 이름이 자기 자신을 대변'

→ 이런 사람들 있다. 특히 주위에 유난히 많은 '삼성' 다니는 친구들은 어깨에 자부심이 한껏 들어가 있음이 눈에 보인다. '네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니가 삼성맨인것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회사가 어떻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떻냐는 것이다.

'내일 할 일을 미리 해두면 내일이 편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일 할 일을 오늘 했더니 내일은 또 다른 업무가 있었다.'

→ 아, 정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이다. 직장에서의 업무라는 것은 참 신기하게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며, 끝내도 끝난 것이 아니다. 해야할 일은 뭐가 그렇게 많은지 회사는 하루 8시간 노동도 모자라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요한다. 그래도 상사는 늘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마치 죄인이 TV 뉴스에 출연하는 모습처럼 고개를 푹 숙인채, 어깨를 한 없이 축 늘인채로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가곤 했다.'

→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어제 내가 그랬다. 오후 6시 20분, 퇴근할 시간이 20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퇴근이 마치 죄를 짓는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늘 퇴근시간에는 출입구쪽에 상무님과 부장님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정시 퇴근하면 데스노트에 이름 적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당신은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 사람의 변화된 계획을 일장연설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알고있지는 않은가? 한마디로 <입으로> 계획을 실천하는 사람 말이다.'

→ 아, 정말 정곡을 찌른다 찔러. 이것도 멀리 갈 거 없다. 왜냐면 바로 내가 이러니까. 나는 주로 <입으로> 계획을 실천하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불만'만 품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무지하게 반성했다.

일을 하고 있는지, 쉬고 있는지 조차 판가름하기 어려운 작업에 빠져들어 살고 싶고...

→ 100% 공감하지만 정말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 내 적성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이 이런 면에서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30대에도 난 아직 길을 못찾고 우왕좌왕 하고있다.

'직장을 스스로 그만둔 것을 후회하는 사람? 나는 지금까지 보지못했다. 내가 본 것이라곤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지 못했던 자신을 후회하는 사람들 뿐이다.'

→ 여기에 대해서는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는다. 내 주위에는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고도 후회하는 사람이 있긴 있었다. '아 그 직장만큼 편한곳은 없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대체로 만족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겟지만, 모든 사람이 소위 능력자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표를 썼다는 것은 참고 버티면 당연하다시피 얻을 수 있는 돈과 사회적 신용을 포기한다는 출사표였다. 대신에 약속된 욕망을 억제하면서까지 이루고싶은,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에 좀 더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 참 생각 많이 하게 하는 문장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지. 아직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도전하고 있는 남시언님은 역시나 능력자.

'취업을 꿈으로 생각하는 준비생들에겐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사무실에서 먹는 모닝커피야말로 가장 맛있는 커피가 아닌가. 그러나 직장인들에겐 '사표'가 꿈이 될터다.'

→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들은 현재 '꿈(=사표)'을 쫓고 있는 중이다. 웃픈 인생이다. ㅋㅋㅋ (웃픈: '웃기고 슬픈'이라는 뜻의 신조어. 30대 이상 직장인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