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대처하는 자세

2014. 8. 12. 23:46칼퇴의품격 일상/칼퇴 생각

최근에 팀원인 N과장님이 이직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내에서 여러가지 일을 하시는 분인데,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제품 메뉴얼 작성
-제품 영문버전 번역
-사내 세미나 진행
-제품 릴리즈 시 회고 진행
-외부고객사 방문하여 제품교육 진행

다양한 일을 하시면서도 항상 품격있는 칼퇴를 유지, 아니다. 칼퇴는 은연중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길 수 있으므로 정확히는 "정시 퇴근"을 하시는 능력있는 분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는 퇴근 후 각종 외부활동 및 파워블로거로써 강의까지 하신다. 이쯤에서 "ㅎㄷㄷ" 한번 하고 가자.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눈치 보느라 정시 퇴근도 못하고 혼자 조지아 커피를 마시며 마음속으로만 이렇게 외친다. "저 먼저 퇴근합니다. 수고하세요!!" 

자, 이러한 N과장님을 두고 서로 다른 평가를 하는 두 회사가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먼저 N과장님에 대한 우리회사의 평가는 이렇다.

"N과장은 야근을 한번도 안하는거 보니 일이 없나봐. 제대로 된 일을 맡아서 하는것 같지도 않고..."

또 다른 회사인 C사는 N과장님을 어떻게 평가할까? C사에서는 N과장님을 '스크럼 마스터'로 채용했다.(N과장님은 곧 C사로 가신다. 안녕...) 동일한 한 사람을 두고도 이렇듯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우를 다르게 해주는곳이 회사이다. 이번 N과장님의 이직을 보면서 여러가지 잡생각들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당장 N과장님이 하시던 저 일들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 내가 볼 때는 만약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라면 N과장님이 했던 일들을 맡기 싫을 것 같다. 사내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제품의 릴리즈 회고를 담당하는 것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회사에서, 누가 선뜻 나서서 일을 하겠다고 할까.

두번째 드는 생각은 C사에서 N과장님을 '스크럼 마스터'로 데려가기 전에 우리회사에서 먼저 이 분을 스크럼 마스터로 활용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우리 SW개발실은 매일 야근을 하는데 그러면서 말로는 "애자일"을 외치고 있다.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외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애자일은 하나의 문화라는데, 문화는 그 문화를 접해본 사람만이 퍼뜨려 줄 수 있다. 아무튼 여기서 애자일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게 하면 금방 밑천이 바닥날 것 같고 지금 쓰는 글의 주제와도 맞지 않으니 일단 Pass... (Pass는 허세있는 사람만 쓰는 단어인데, 죄송합니다.)

세번째 생각은 오늘 하루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나 자신에 대한 반성. N과장님을 보면 에브리데이 정말 적극적으로 사는데, 오늘 하루동안 자신의 에너지 100%를 쏟아붓고 내일을 준비하는 분인것 같다. 이쯤에서 나는 지금까지 어땠는지, 매일 매일 불평 불만만 꺼내지는 않았는지 조용히 벽에 하트를 그리며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