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심판 4급 도전기(2) : 이론시험 및 체력테스트

2016. 3. 22. 07:30칼퇴의품격 일상/축구심판 도전기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3일간의 이론교육을 마치고 일주일을 쉰 후 4일차 코스로 필기/체력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이 걱정 때문에 일주일 동안 병든 닭처럼 시름시름 앓았다.

(떨어지면 이 곳 센터에서 더 이상 맛있는 점심을 사먹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테스트 중에서도 특히 체력 테스트는 축구심판 4급 코스에서 합격의 당락을 결정짓는 지점이기도 한데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게 된다.('위드거너스'님의 글 참조)

일주일 넘게 체력 테스트를 준비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이 기간만큼은 '달려라 하니'보다 실제로 더 달린듯) 그런데도 불안감은 좀체 가지를 않았다. 초딩 시절 오래달리기만 하면 언제나 꼴등을 했던 트라우마가 지금까지 내 발목을 잡고 있는듯 하다.

테스트 전날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악몽까지 꾸고 2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학교 다닐때도 시험 전날은 늘 이랬는데 졸업하고도 이럴줄은??!!

꾸역 꾸역 일어나 짐을 싸고 시험을 보러 축구센터로 이동~!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맥도날드 드라이브 쓰루에서 하는 커피 이벤트는 잊지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커피 하나를 공짜로 받아 짧은 여유를 즐긴다.

축구심판 4급 필기와 체력 테스트 준비
체력 테스트 하는데 필요한 것은 모조리 다 챙겼다. 빵, 물, 비타민, 장갑, 담요 등등 짐이 한 가득이다. 칭따오로 해외여행 갈 때도 이 정도로 많은 짐을 챙기진 않았는데...

오전에는 필기시험을 보고 오후에 체력 테스트를 한다. 이번 심판 기수에 고등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컨닝하면 안된다며 필기시험 전 강사님께서 우리들의 자리배치를 바꾸셨다.(이런 경험 오랜만!!)

필기시험에서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는데 안타깝게도 한분이 탈락하셨다. 나보다 더 이곳의 식사를 즐기신걸까?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뵙기를~!!

점심으로 쨈 바른 식빵을 싸갔지만 영 땡기지 않아 차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잠을 청해 보지만 영 편하지 않다.

약속된 시간은 돌아오고 체력 테스트를 위해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일주일 넘게 트랙을 봤지만 막상 시험 당일날 보니 가슴이 콩닥 콩닥 거린다.

지원자 중 고등학교 축구 선수들이 절반이 넘었는데 그러다보니 위축이 좀 되었다. 실제로 선수들이 스프린트 달리기를 할 때 보니 용수철 처럼 통통 가볍게 튀어간다. 선수가 괜히 선수가 아니다.

40m 를 6번 반복하는 스프린트 달리기는 쉬운편인데 여기서 탈락하는 사람은 우리중에 없었다. 이어서 하는 인터벌 달리기가 문제인데 150m 를 10번 반복하는 (나에겐) 지옥의 코스이다.

인터벌 달리기는 중반 정도가 됐을 때 하늘이 노래지는데 '나는 누구요, 이 곳은 어딘가'의 입신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7번째 트랙 때 아 이제 안되겠다 싶어 트랙 밖으로 몸을 튕겨내려는 찰나 같이 뛰던 고등학생들이 나의 정신줄을 잡아줬고 기적적으로 10회까지 시간내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다 뛰고 나니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 누가 내 엉덩이 두 짝을 움켜쥐고 하늘로 날리는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한참이나 어린 학생들 덕분에 내 한계치를 넘을 수 있었고, 이게 참 별거 아닌데도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