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심판 4급 도전기(1) : 이론교육

2016. 3. 17. 07:30칼퇴의품격 일상/축구심판 도전기

퇴사 후 끝없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던 나, 그 여유로움을 끝내고자 축구 심판에 도전하기로 했다.

축구 매니아인데다 평소 포청천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축구 심판만큼 나한테 딱 맞는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막 도전을 시작한 지금, 때마침 알파고에 의해 조만간 심판이란 직업이 없어진다고 한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을 두기 전 난 이미 심판 자격증 코스에 신청을 해버렸고 이미 꺼낸 칼, 무라도 베어야 겠다는 심정으로 이론교육을 들으러 갔다.

도심 지역을 달리고 나니 시골에 똬 펼쳐진다. 곳곳에 논과 비닐하우스가 있고 특히 물류창고가 많아 대형차들이 쌩쌩 달린다. 제발 우리 천천히 달리자.

올해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심판 4급 코스, 장소는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용인시 처인구에서 진행되었다.

달려도 달려도 끝이 없을것 같은 도로를 지나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느낄때 쯤 '용인 축구센터'에 다다를 수 있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방학 기숙학원이 있듯 이곳은 축구 기숙학원으로 보였다. 기숙사, 식당도 있고 축구장도 여러개 있어서 운동하기에는 딱인듯.

단점은 근처에 먹을만한 식당이 잘 없는데 딸기체험농장은 많아 딸기는 원없이 먹을 수 있는것으로 보인다.

나를 맞이해 주는 현수막, 대한축구협회의 저 호랑이 마크를 보니 국가대표팀에 입소하는 기분이 든다.

축구 심판 1~3일차 이론교육

심판이 되기 위한 첫 단계, 이론 교육인데 이것도 은근히 빡세다. 오랜만의 '나인 투 식스'여서 그런걸까. 3일동안 8시간씩 교육을 받는데 살짝 좀이 쑤셨다.(직장생활 5년은 어떻게 했는지...)

강사님은 은퇴하신 심판인데 덩치도 크시고 얼굴도 까무잡잡하시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보였는데 경기 중 항의했다가는 한 대 맞을 것만 같았다.

직장인에게 점심 시간이 유일한 낙이듯 짧은 3일동안의 교육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이곳 축구센터에 있는 식당에서 식권을 끊고 사먹었는데 밥이 진짜 예술이다. 이 정도 밥이면 운동선수 할 만 하겠더라. 음식을 보니 자취생 모드로 돌변, 체면불구하고 한가득 음식을 마셨다.

나를 정신 못차리게 했던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이다. 짜장면은 요새 나오는 웬만한 짜장라면 저리가라이고 딸기는 또 왜케 싱싱하니? 심판이고 뭐고 당장 딸기체험하러 가고싶다.

3일차까지의 이론교육이 끝이 났는데 졸지 않고 잘만 앉아 있으면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제 남은 걱정은 50% 정도가 탈락한다는 체력테스트에 있다. 남은 기간동안 잘해서 축구계의 포청천이 되어야겠다.

스포츠에 있어 원칙에 입각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심판은 중요하다. 바로 내가 포청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