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29. 07:30ㆍ칼퇴의품격 일상/일상과 생각
넷플릭스를 한달동안 무료로 이용하고 해지했다. 미드를 노트북으로도 보고 누워서 스마트폰으로도 보고... 공짜로 아주 뽕을 뽑은 것 같다. 미드 매니아들은 무슨무슨 미드가 없다며 불평하기도 하던데 내가 볼 땐 볼 컨텐츠는 넘쳐나더라. 넷플릭스에 무료 가입 후 한달동안 추가된 컨텐츠의 양을 봤을 때 볼 거 없다는 말은 앞으로 잘 안나올 듯 싶다. 직장인이라면 '볼 것' 대신 '볼 시간'이 없지 않을까.
한달에 약 8,000원에서 그 이상 되는 멤버십 가격이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 재빨리 '왓챠플레이'로 갈아탔다. '왓챠'는 이미 1~2년 전부터 사용하던 서비스였는데(영화 추천 서비스) 이 곳에서 추천해준 영화들은 어느정도 믿고 봐왔다.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스'라는 꽤 실력있는 팀이란걸 알고 있어서 이들의 추천 알고리즘에 믿음이 있었다.
왓챠플레이에서 한달 무료 이용을 신청했다. 워낙에 해지절차를 '꼼꼼'하게 숨겨놓는 우리나라 업체들의 특성을 알기에 나중에 해지가 안되면 어떡하지 등등의 별별 걱정을 했다. 카드번호 입력을 한 후에 돈이 안빠져나가고 무료 이용 신청이 잘 된 것을 확인! 다음으로 해지 방법까지 바로 알아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넷플릭스처럼 쉽게 해지할 수 있는 버튼이 노출돼 있었다. 역시 이 회사가 젊은 친구들이 만든 회사라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를 잘 벤치마킹 한 것 같다. 가입부터 해지까지는 아주 만족이다.(바로 해지하더라도 한달간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다음은 서비스 전체적인 UX를 깐깐하게 봤다. '왓챠'하고 자동으로 연동이 되서 내가 그동안 왓챠에서 평가한 영화들을 자동으로 분석해 주는것은 아주 좋았다. 그런데 영화 목록을 좌우로 넘기는 스타일은 넷플릭스를 너무 따라했더라. 나도 웹기획자를 해봐서 짧은 시간안에 좋은 UX를 기획하는게 '노오력'으로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베끼긴 했다.
'로스트'가 시즌5까지 올라와있길래 옛 추억을 떠올릴 겸 플레이 해봤다. 음... 넷플릭스의 UI 베낀것 까지는 무난하게 잘 했는데 기술적인 측면, 성능이나 안정성 같은 것들이 확실히 미국 서비스에 비해 떨어짐을 느꼈다. 왓챠플레이 개발한 개발자들도 국내에서 날고 기는 사람들이겠지만 넷플릭스의 기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건 어쩔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는 영상을 재생하는 로딩속도가 체감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영상을 보는 도중에는 '다른 기기에서 접속했다'며 갑자기 튕기는 버그도 있었다.(나 이외에 내 아이디를 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분명 버그 맞다.) PC에서만 서비스 된다는건 단점중의 단점이고 화질도 넷플릭스에 비해 떨어진다.
넷플릭스는 영화가 끝날 때쯤에 바로 유사한 영화를 보여주면서 사용자가 끊임없이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데 비해 왓챠플레이는 그냥 메인화면으로 이동을 하는 차이가 있었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가져오는 차이는 의외로 크다.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본질은 사용자가 컨텐츠를 무제한으로 소비하게끔 하는 것인데 그런 본질이 간과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본에 얼마나 충실하느냐 아니냐 하는 종이 한장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나누게 되는것 아닐까.
마지막으로 정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는데 왓챠플레이 공지사항을 보니 이런 글이 있었다.
곧 업데이트될 기능들은 다음과 같아요.
- 본 작품 내역 지우기
- 일부 작품들 화질 개선 (현재 저작권자에 요청 및 처리 중)
- 다 감상한 작품 평가하고 코멘트 남기기
- 드라마 에피소드 이어보기
서비스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IT회사에 다닌 사람이라면 이런 공지가 정말 익숙할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이런 기능들이 추가될 거라면서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기한 박아놓는 것, 일정이 부족해지면서 기능이 원래 의도대로 개발되지 않고 축소/변질되고 마감일이 가까워질수록 개발/QA가 함께 난리 부르스를 추는 상황. 이 업계 있는 우리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왓챠플레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곧 업데이트 될 내용을 공지하는 것도 그렇지만 '감상한 작품 평가하고 코멘트 남기기' 같은 기능이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할까? 헤비유저 몇 명이 요청했거나 조직 내에서 브레인 스토밍 하다가 나온 기능일 가능성이 높다. 왓챠플레이에 필요한 건 저런 사이드 기능이 아니다. 컨텐츠를 고화질로 끊기지 않고 빠르고 안정적이게, 거기다 여러 기기에서 볼 수 있는 기능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곳에 역량을 집중하는게 맞는 것이다.
포탈을 보니 '넷플릭스 비켜, 왓챠플레이가 온다'라는 기사도 있던데 넷플릭스는 사실 비키고 싶어도 몸집이 커서 비켜지지가 않는다. 비슷한 성격의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두 회사가 비슷한 건 아니다. '넷플릭스'와 '프로그램스'의 회사 규모를 안다면 단순히 두 회사의 서비스만 놓고 비교하긴 어려울 것이다.
왓챠플레이에 대해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이야기했는데 시작한지 얼마 안된 스타트업이 이 정도의 품질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건 대단하다고 보는게 맞다.(하지만 넷플릭스한테 자꾸 비키니 마니 하는건 오그라들어서 못봐주겠다.) 현재는 넷플릭스의 반값에 왓챠플레이가 서비스 되고 있어서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 상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앞으로 왓챠플레이만의 차별화된 요소가 들어가서 넷플릭스에 비해 보다 한국적인 서비스로 잘 발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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