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혜택을 이용한 '체리피커' 생활 1년

2016. 1. 21. 07:30칼퇴의품격 일상/소비줄이기

입사 후 '대리'가 될 때까지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았다. 카드값 때문에 이번달 월급이 다 빠져나가니 마니 죽니 사니 하는 말들이 경각심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신용카드 할부'로 물건을 살 만큼 나한테 가치있는 물건도 없었다.

하지만 '체리피커'라는 단어에는 관심이 갔다. 신용카드 혜택을 현명하게 잘 사용하는 사람이라는데 진짜 그게 가능한지 궁금했다. 신용카드 회사도 바보는 아닐텐데...

레드카드
내게 다가온 레드카드. 방가.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도 '체리피커'가 될 기회가 왔다. 현대카드 영업사원이 우리회사를 방문해서 연회비를 대신 내줄테니 레드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다. 연회비가 20만원인데 이걸 대신 내주고 나는 혜택만 받으면 된다? '허, 참... 정말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 내 손은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레드카드. 이 카드 정말 좋다. 지난 1년 동안 레드카드 혜택을 이용해서 호사를 많이 누렸다. 1년이 지나 연회비를 다시 내야 하는 지금은 레드카드를 해지했다. 카드를 어느 정도는 사용해줘야 카드회사도 먹고 살텐데 나는 거의 혜택만 누렸다. 고로 이 글은 현대카드에 대한 심심한 감사와 미안함을 담아 쓴다.

레드카드와 함께한 1년

여행 바우처

가장 기억에 남는건 호텔 부페를 가본건데 서울에 있는 롯데호텔, 제주도에 있는 신라호텔 부페를 '경험'해봤다. 평소에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가격이니 경험이라는 표현을 쓰는게 맞겠다.(두 곳 다 몇십만원 하는 곳이다.) 결재하면서 소름이 돋았던 곳은 롯데호텔인데 이 곳에서는 '레이디스 Day'라며 추가 혜택을 줘서 2인에 '3천원'인가 결제한 기억이 난다. 3천원이라, 이게 말이되나? 3천원이면 이마트 대파 하나 살 가격이다. 그런데 이걸로 호텔 부페를 먹었다. 그것도 2명이서.

롯데호텔부페
우리나라 3대 호텔부페 중 한 곳인데 3대든 30대든 상관없다. 1박 2일 먹어도 될 정도로 모든 음식이 맛있었다.

쇼핑 바우처

레드카드 해지하기 직전에 '록시땅' 화장품 쇼핑을 했다. 그전에는 록시땅이 뭔지도 몰랐다. 화장품이라곤 미샤, 페이스샵이 전부인줄 알았다. 록시땅에서 바디로션, 크림 등을 샀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금액. 하지만 나는 1만2천원만 결재했다. 이 가격에 록시땅의 여러 제품을 써보다니. 그러나 레드카드 해지와 함께 록시땅도 이번이 마지막 '경험'이 될 것이다.

PP카드(공항 라운지 무료이용)

레드카드의 화룡정점은 PP카드가 함께 나온다는 거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공항 라운지는 늘 그림의 떡이었다. '도대체 저기서 밥 먹고 있는 사람들은 금수저들인가?' 라는 생각을 하며 늘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라운지. 아마 쌩돈 주고 입장하면 3~5만원 정도 금액이 나오는걸로 안다. 이걸 PP카드 이용해서 1년간 몇 번이나 들락날락 했으니 퍼스트 클래스를 탄 느낌이 이런걸까?

PP카드
Priority Pass. 해외여행 자체가 언감생심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이 카드 덕분에 공항 라운지를 내 집 드나들듯이 드나들 수 있었다.

이상 레드카드와 함께한 1년간의 추억들이다. 지금은 퇴사를 해서 신용카드를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든다. 그러다보니 추억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혜택 뽑아먹으면서 정작 레드카드는 최소한의 생계 유지 정도로만 사용을 해서 좀 미안하다. 하지만 나 대신 다른 사람들이 현대카드로 빵빵 긁어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현대카드 영업사원이 회사에 찾아왔다면 연회비 확인 후 꼭 신용카드 만들라고 강추하는 바이다. 굿 바이 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