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야근문화

2015. 9. 15. 21:18칼퇴의품격 일상/칼퇴 생각

야근하는 팀장과 후배

우리팀에는 항상 야근하는 팀장과 후배가 있다. 팀장은 자신이 야근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자기가 야근하니까 밑에 사람도 야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후배는 팀장이 야근하면 자기도 야근한다. 사회생활 무척 잘한다. 한 가지 얄미운건 가만있는 나한테 와서 '오늘은 언제 퇴근하냐'며 내 퇴근시간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내가 퇴근한 후에 팀장 눈치보면서 자기도 퇴근할 심산인 것 같다.

나만 돌아이

나 역시 야근을 했다. 위로는 팀장이, 아래로는 팀 후배가 야근을 하니 나도 야근을 안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약 2주간은 일 없을 때 정시 퇴근을 해봤다. 결과는 '나만 돌아이'인 상황이 됐다. 근무시간 동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시에 퇴근한다고 하면 팀장 표정이 싸늘해진다. 그 옆으로 모니터를 멍 때리며 응시하는 후배가 앉아있다.

아몰랑, 까짓것 나도 한다. 너만 하냐 야근?

기분 나빠서 나도 야근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 나름의 원칙은 세웠다. 첫째는 내가 하고 싶은일이어야 하고 둘째는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야근은 하되 최소한의 내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원칙이다. 그 결과로 이번주 5일 중에 3일을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퇴근했다. 이렇게 야근을 많이 하니 정시 퇴근할 때 썩은 표정의 팀장 얼굴을 보지 않아서 좋았고 회사일을 하면서 좀 더 당당하게 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끝까지 간다.

이왕 시작한 팀원들과의 야근 배틀, 최소한 올해말까지는 이 자세를 가지고 갈 생각이다. 몸이 힘든건 사실인데 좋은점도 분명있다. 회사에서 밥 먹으니 저녁값도 굳히고 자기계발 시간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도 있고. 몸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