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구독자 1000명 기념 ... 1년간의 회고

2018. 4. 23. 07:00칼퇴의품격 일상/유튜버 도전기

빰빠라밤~~~ 빰빰빰빰~~ 빰빠빠라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1000명이 되었다. 열심히 올린 첫 영상이 무플인 것에 좌절하고, 구독 100명에 설레발치며 파티를 하기도 했던... 생각해 보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유튜브와 함께 재밌게 1년을 보냈다.

처음으로 유튜브에 영어댓글이 달렸다며 좋다고 헤벌레 한 적이 있는데, 지나고나서 보니 그 댓글은 스팸성 댓글이었다. 매크로를 이용해서 유튜브 시작한지 얼마 안된 채널들을 돌아다니며 글을 남기는 것. 첨엔 그것도 모르고 벌써 전세계 스타가 된냥 기분이 들뜨기도 했다. -_-;;

내 유튜브 채널을 회고하자면 여행 이야기를 안할 수 없겠다. 여행지에 가서 찍은 영상들을 올리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1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돌이켜보니 무진장 많은 곳을 다녔다. 내 머리가 이걸 다 기억할 수 있으려나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 뭐에 홀린것 처럼 새로운 장소에 가서 구경하고 촬영하고 멍 때리는게 그렇게 좋더라.

▲ 유튜브가 내 잠든 메일함을 깨워준다.

'17년 2월, 첫 여행

여행은 이전부터 자주 다녔지만 영상도 같이 찍어야지 마음먹고 간 첫 여행지는 경기도 광주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도시 중에서 시골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처음으로 해보는 촬영이라 어떻게 찍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되는대로 찍고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렸다.(나름 요즘 유행하는 브이로그 형식을 따름!)

▲ 첫 여행, 오겡끼데스까? - 추운날은 여행하는거 아니다

결과는 무플방지위원회에서도 방문을 하지 않을만큼 썰렁한 반응+_+;; 분명히 내가 볼 때는 빵빵 터지는데 희한한 일이다. 지금은 처음 찍었던 그 영상이 넘 민망해서 비공개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우울할 때 보면 여전히 핵폭탄급 웃음을 안겨주는, 나에겐 최고의 영상이 아닐 수 없다. (-_-b)

'17년 6월, 첫 해외촬영

아직 구독자가 100명도 안되던 이 때, 국내는 너무 좁다고 판단하여 해외로 촬영을 떠나게 되었다... 는 뻥이고, 그냥 놀러가고 싶어 해외로 갔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촬영도 잘 하면 좋고 겸사겸사인거지. 아무튼 그렇게해서 처음으로 영상에 담아본 해외 도시는 우리 버짓(budget) 여행자들의 천국!!! 태국 방콕, 그리고 한달살기의 대명사 '치앙마이'이다.

▲ 아무 생각하지 않고 쉬어가는 곳, 치앙마이 펭귄빌리지

2주동안 태국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으라면 방콕도 치앙마이도 아닌, '람푼'이라는 작은 도시이다. 방콕/치앙마이는 그전에 이미 가본 경험이 있어서 새롭지 않은점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걸 떠나 람푼 자체가 엄청 매력적인 도시이기도 했다. 람푼은 치앙마이에서 1시간 떨어져있는 그야말로 작은 도시, 우리나라로 치면 경기도 광주쯤 되려나. (결국 내가 좋아하는 도시 스타일이 이런 규모의 도시인듯-_-)

람푼을 촬영하러 간 날은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그늘에 있어도 땀이 한바가지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얼굴 안타려고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나니 얼굴엔 알 수 없는 꾸정물이 흐르고 선글라스에는 습기가 쫙 끼는..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상하게도 더위로 힘들거나 짜증이 나지가 않았는데, 도시가 주는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인지 아니면 그저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가 좋았던건지 잘 모르겠다.

태국에서 찍은 영상에 대해 사람들 반응은 어땠을까? 역쉬나 예상했던대로 큰 반응은 없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내 채널이 크게 반응이 있는 채널은 아니지만-_-:: 느낌이 아주 좋았던 도시 람푼 영상이 지금도 조회수가 200이 채 안된다. 내 취향이 아무래도 메이저는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ㅎㅎㅎ

'17년 8월, 백번째 영상을 올리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난 후 약 반 년, 끈기하면 나름 뒤지지않는 나기에 채널이 별 반응 없음에도 백번째 영상을 올리게 된다. 이 때가 구독자수가 100명 정도 였을 것 같다. 영상 100개에 구독자 100명이니 완벽한 1:1 매칭인데, 이런 채널이 전세계에도 몇 개 없지 않을까 싶다.ㅋㅋㅋㅋㅋ 구독자수에 너무 연연하거나 회사의 일처럼 성과를 내야하는 일이었다면 진작에 관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_-)

백번째 영상은 지금도 내 채널에서 조회수가 가장 높은 영상으로 인천공항을 담은 영상이다. 공항 입구부터 출국하기 전까지 찍은 영상인데 한번에 찍은것은 아니고 각기 다른 날 촬영하여 합쳤다. 처음엔 그냥 놀러간 것이라 출국장 안을 찍지 못했고 태국을 다녀오면서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아졌으니 합쳐서 올린게 잘한 일인듯 하다.ㅎㅎ

▲ 여유롭게 차를 마셔도 즐겁고, 급히 뛰어가도 즐거운 곳 - 인천공항

인천공항은 직접 가던 영상으로 보던 언제나 설레임을 주는 공간이다. 웅성웅성 수백수천가지의 소음들이 섞여 공항만이 줄 수 있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서 인천공항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곳이 있을까? 꼭 드라마 속 장소처럼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배우같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것이 그 어떠한 곳보다도 재미가 있다.(공항의 소음은 이 드라마의 OST이다)

'17년 10월, 제주도 프로젝트

이름에 무려 '프로젝트'를 붙였다. 제주도 여행은 그만큼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떠난 여행이다. 제주도를 온전히 차로 한바퀴 돌아보고 그걸 영상으로 담는것을 목표로 세웠다.

내가 처음 제주도를 갔을 때가 15년 전 쯤인데(^^:) 이 때 제주도의 모습은 내 기억속에 거의 모아이석상이 있는 이스터섬의 그것과 비슷했다. 완전 초자연, 순수의 자연이 있는 느낌.. (물론 오바 좀 섞었다.)

▲ 한라산... 4계절 아름다움의 정석
▲ 지나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 - 제주 오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개개개개개개개개발이 되더니 가는 곳마다 체험 건설현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점이 아쉬워 더 늦기전에 해안도로를 영상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지금도 이미 개발이 많이 되었지만 앞으로 10년 후에는 그나마 이런 모습도 못 볼수도 있으니까+_+;;

이렇게 해서 시작된 제주도 프로젝트는 생각보다는 과정이 빡셌다. 제주도 해안도로가 생각보다 길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로 인해 배터리가 심심하면 나가서 충전하는데 고생을 했다. 장비빨이 좋으면 이런일은 없을텐데 나한테는 고프로1개에 배터리도 처음 샀을 때의 오리지널 배터리 1개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한번 촬영할 때 찍을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가야할 곳은 많은데 어쩔 수 없이 중간 중간 서서 노트북 전원을 이용해 고프로 배터리를 충전하였다. 그러다 한번은 노트북 전원까지 나간적이 있었는데, 할 수 없이 공용화장실에 가서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곳에 선 채로 고프로를 충전하기도 했다.ㅋㅋㅋㅋ (은근 에피소드 있다잉~)

'18년 4월, 구독자 1000명

그동안 많이 돌아왔다.ㅋㅋㅋㅋㅋㅋ 정확하게 1년 2개월의 대장정~~! 보통 스타 유튜버들을 보면 만명, 십만명 기념 영상을 제작하는데 비해 난 과감히 천명 기념 영상을 제작한다.(구독자 100명 때 파티했던 사람임)

당분간은 그동안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면서 다음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나 내년에 해보고 싶은 것 중에는 우리나라 남해안 일주, 울릉도/독도 여행이 있고, 더 나이먹기 전에 해외 준오지 탐험도 해보고 싶다.(완전 오지는 탐험가님들이..)

나는 여행이 좋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좋다. 여행엔 수많은 짐을 단 하나의 캐리어로 골라 담아야 하는 결단력이 필요하고, 그로인해 여행은 시작부터가 비우는 행동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가끔은 더 많은 짐과 돌아오기도 한다.^^;) 구독자 천명이 될 때까지 잘 여행해 왔는데 앞으로 2천명이 되는 날까지 계속해서 재밌는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보며 오늘의 회고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