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혼밥 하다가 전 직장동료 마주치다
2016. 9. 19. 07:00ㆍ칼퇴의품격 일상/일상과 생각
회사를 다닐때는 명절 앞뒤로 휴가까지 써가며 고향을 가든, 해외여행을 가든 어딘가로 열심히 갔다.
백수인 지금, 꼭 추석에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전하고 자취방에서 열심히 뒹굴고 있었다.
열심히 뒹굴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집 앞을 어슬렁 어슬렁 거렸다. 혼밥하는데 비싸게 먹을필요 있나 싶어 저렴한 '수퍼사이즈'에 들어갔다.
수퍼사이즈는 아메리카노가 1,500원이고 3샷을 넣어줘서 하루 카페인을 다 채워준다. 여기에 브리또 하나를 추가한 후 혼밥을 시작했다.
냠냠, 그래 이게 혼밥의 매력이지. (진짜 맛은 있다)
그런데 창문 밖에서 누가 날 자꾸 쳐다보는게 아닌가. 뭔가 싶어서 나도 같이 째려봤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그 분이 내 이름을 불렀다.
자세히보니 임영자(가명) 과장이었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걸 보니 추석 당일날도 출근한 모양이다.
후줄근하게 나와서 혼밥하는 도중에 직장 동료한테 걸릴게 뭐람. 백수라도 수염 잘 깎고, 머리 잘 감고 다니는 백수가 되는게 내 목표였는데 말이다.
갑자기 몸에 있는 모든 땀 구멍에서 땀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 후 임영자 과장님과 의미없는 몇 마디를 나누고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다.
혼밥, 다음엔 방심하지 않을테야. (앞으로는 샤워하고 선크림에 향수 뿌린 후 혼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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