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여행[5] 걸으면 행복해지는 두륜산 장춘숲길(대흥사 숲길)

2022. 10. 21. 13:37한국여행 방가/2022 해남

비가 잘 오지 않는다는 해남에 어느 날 비가 내렸다. 따뜻한 해남에도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비였다. 아침에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내려주시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잠시 해남의 가을비를 감상했다.

이날은 두륜산 장춘숲길을 걷기로 한 날이었다. 비가 와서 예정대로 걸을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됐다. 기온도 전날보다 갑자기 떨어져 자칫하면 오한에 걸릴 것 같은 날씨였다.

하루 Off를 하고 게하에서 띵가띵가 놀까?! 고민이 많이 됐다. 자주 가는 태국이나 베트남이었다면 그랬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긴 해남이었다. 국내이긴 한데 외국보다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해남에 언제 또 올 수 있을까? 온 김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을까? 창 밖의 비를 보며 고민하다 예정대로 숲길을 걷기로 했다. 외국이었으면 오히려 Pass 했을 것을 해남에서는 모든 걸 다 하려는 나 자신이 웃겼다.

▲두륜산 장춘숲길을 걸으려면 대흥사 매표소를 지나야 했다. 나의 목적은 숲길을 걷는 것이어서 이곳에 주차하고 입장료를 끊고 들어갔다.(대흥사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가려면 주차비 추가 결제 필요)

▲대흥사로 가는 장춘숲길은 표기마다 길이가 달라서 정확한 거리를 알기 힘들었다. 매표소에는 편도 약 3km라고 하고, 산책로 표지판에는 1.5km로 되어 있었다.(정확한 거리는 모르겠지만 대흥사까지 40분 남짓 걸렸음)

▲숲길을 걷는 것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단,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유일한 난관이 있으니, 그건 갈림길이었다. 양쪽 다 산책로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어디가 올바른 산책로인지 헷갈렸다.(정답은 오른쪽 길!)

▲비가 오는 날 숲길을 걸으니 (이곳에 올지) 고민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3mm 정도의 비가 왔는데, 빽빽한 나무 덕분에 비를 거의 맞지 않았다.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와 나무의 피톤치드 향이 비와 함께 더 진하고 멀리 퍼져나갔다.

▲대흥사 주차장이 나오면서 장춘숲길은 끝이 났다. 비가 와서인지 대흥사로 바로 온 차량이 많았다. 덕분에 숲길은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한적해서 좋았다.

▲이날의 목적은 장춘숲길을 걷는 것이었지만 대흥사를 안 가볼 수 없어 절에 들렀다. 터 자체가 굉장히 넓고, 뒤로는 두륜산 자락이 크게 펼쳐져서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많이 찾는 절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대흥사까지 숲길을 왕복해보니 경사가 거의 없고 평탄한 산책로였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면 누구나 쉽게 걸을만하다고 느꼈다. 비가 온 날이라 운치가 더 있었는데, 단풍이 절정일 때는 숲길이 또 다른 모습이 될 것 같다. 그때 해남 여행을 계획한다면 장춘숲길은 무조건 x3 필수로 가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