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신혼 여행(3) : 무비자 여행 가능한거니? 항공사, 대사관 직원도 모르는 비자 이야기

2019. 12. 20. 07:30세계여행 헬로우/오만 신혼여행기

한국 - 태국(경유) - 파키스탄(경유) - 오만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매했다. 얼핏 반지원정대처럼 보이는 복잡한 일정이지만 엄연히 쉬러 가는 신혼여행 티켓이다.

경유를 두 번 하다보니 비자 문제로 처음 고생해 봤다. 특히 파키스탄과 오만 비자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파키스탄 경유 시 비자가 필요한가? 아랍권 국가 오만에 한국인이 무비자로 들어갈 수 있는가?

비자 문제를 온라인으로 알아보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커뮤니티에 질문하니 사람들의 답변이 다 달랐다. 심지어 항공사와 대사관 직원에게 문의했을 때도 답변이 달랐다.

어려움을 해결하고 나니 경험담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사람이 편하게 여행하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글쓰기는 블로거의 헌신이 아니라 의무니까. (요즘 60일 지정생존자 보는중임돠;;;)

태국 (경유할 때) 비자

태국은 여행이 가장 자유로운 나라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게 무비자를 허용해 주고 있다. 관광업이 태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태국은 그동안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이 갔다. 하지만 경유지로써 간 것은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다. 태국은 경유할 때도 무비자일까? 당연하다. 입국할 때 무비자인 국가는 경유할 때도 무비자일 확률이 높다.

태국의 경우 비자가 까다롭지가 않다. 사실 내 관심사는 비자가 아닌 공항세에 있었다. 나는 방콕에서 13시간 대기를 해야 했는데, 공항 밖에 나갔다 올 경우 공항세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애매했다.

방콕 수완나품의 공항세는 500바트로 두 명이면 우리 돈 4만 원이나 된다. 사람들 경험담을 스터디한 결과 공항세를 낸 사람은 절반이었다. 공항세도 뽑기니?

일반적인 여행이었다면 나는 공항 밖을 나가는 도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바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고생한 신부에게 공항에서 13시간 노숙하자는 말을 하기엔 그림이 너무 안 나왔다.

도박을 걸어봤다. 공항 밖을 나가 1박을 하고 다시 수속한 것이다. 결과를 얘기하자면 공항세를 내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을 발권해 주는 직원이 우리의 일정표가 빡빡함을 감안해 준 덕분이었다.

내가 공항 밖을 나가고 싶었던 이유

파키스탄 (경유할 때) 비자

파키스탄은 무조건 비자가 필요한 나라이다.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도 마찬가지이다. 내 경우에는 기내에서 단 1시간 대기했다 떠나는 '기술적 경유(Technical Stop)'에 해당했다. 비행기 밖을 안 나가는 경우에도 비자가 필요한가?

궁금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질문을 던지니 일부 사람들은 나를 선생님 취급을 했다.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오니 검색부터 해보라는 식이었다. 난들 안 해봤겠니?  *부들부들*

공식 문서는 진즉에 확인해봤다. 우리나라 외교부 설명부터 영어로 된 파키스탄 문서까지. 그런데 알쏭달쏭한 문장들이 많았다. 경유 시에는 비자가 필요 없다는 듯하면서도 다시 읽으면 필요하다는 듯 말을 하고 있었다. (젠장)

항공사에 문의해봤다. 타이항공은 고객센터와 연결하는 것이 '맛집 줄 서는 수준'이다. 한참을 기다려 다소 퉁명스러운 남자 직원과 연결이 됐다. 기술적 경유를 하는데 파키스탄 비자가 필요한가요? 자기들은 모르겠단다. (젠장x2)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파키스탄 대사관에 물어봤다.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었다. 기술적 경유를 하는데 파키스탄 비자가 필요한가요? 반드시 필요하단다. 대사관 직원은 나에게 확신에 찬 대답을 해주었다.

1인당 약 5만 원 비용을 내고 온라인으로 도착비자를 신청했다. 두 명이면 10만 원에 가까운 큰 금액이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비행기가 거쳐갈 뿐인데 이렇게 큰돈을 내다니. 아깝기는 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파키스탄에 도착해서 비행기 안에서 1시간을 대기하고 있는데 아무도 나에게 비자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기내 청소를 하는 직원과 승무원만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파키스탄은 경유 시에 비자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젠장x3)

대사관 직원에게 여러 번 확인을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전혀 달랐다. 쓰지 않아도 될 10만 원과 비자 신청하는데 들인 시간만 날린 것이다. 혹시 모르겠다. 10만 원을 벌기 위한 파키스탄 관광청의 큰 그림이었는지.

파키스탄에 1시간 동안 있으면서 내가 한 일

오만 (입국할 때) 비자

오만은 경유가 아닌 입국하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없었다. 어느 나라든 입국 시 비자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게 잘 되어있다. 한국인은 오만에 관광 목적으로 입국할 때 30일 무비자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나는 오만에 가기 위해 인천에서 한 번, 방콕에서 한 번 발권을 했는데, 항공사 직원마다 오만 비자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오만 대사관의 안내문을 수십 번 읽고, 실제 오만 입국 후기도 꼼꼼히 확인한 후였다.(이거 궁서체임) 그런데 나한테 정말 이럴 수 있는가? 방콕의 공항세, 파키스탄의 경유 비자가 날 골치 아프게 하더니 오만 비자까지 문제라규?

하지만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한 블로거의 오만 입국 후기를 단단히 믿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분의 경험담을 요약하면 이렇다.

오만 무스카트 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유럽인, 인도인들이 분주하게 비자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멀뚱멀뚱 쳐다보니 그들은 내게 너도 작성해야 한다며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무시한 채 No, I'am Korean을 외치며 그대로 오만 이미그레이션으로 들어갔다.

이 얼마나 생생한 후기인가? 항공사 직원보다는 블로거의 살아있는 경험담이 더 믿음직스럽다 여겼다. 만에 하나 오만 입국이 거절된다면 태국으로 돌아가 신혼여행을 즐기겠다는 생각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만은 비자가 없어도 입국이 가능했다. 여행이 다 끝나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오만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국가는 극히 적었다. 중동 지역에 있는 걸프 국가들, 같은 이슬람권인 브루나이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비이슬람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게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으론 공항 직원들이 착각한 것이 이해가 갔다. 한국 사람이 오만에 많이 가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럴만하다. 어쨌든 오만만큼은 한 블로거의 후기 덕분에 당당히 입국할 수 있었고, 다음에는 이런 복잡한 항공편을 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모든걸 거쳐야 볼 수 있는 오만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