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사회'와 헬조선을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2016. 1. 8. 07:30칼퇴의품격 일상/칼퇴 생각

'목돈사회'라는 책을 읽었다. 부제가 재밌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헬조선이 되었는가' 헬조선이라는 말이 책, TV에도 등장하는걸 보니 우리가 정말로 헬조선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헬조선의 근거는 아래 정리한 내용을 보면 될 것 같고 그 외에 책을 보면서, 또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

대한민국은 왜 헬조선인가

  •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 노동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빈곤율이 높다.
  • 사교육비 부담률이 1위다.
  • 사회통합지수는 2009년 30개 회원국 중 24위, 관용지수는 꼴찌
  • 정치참여도를 나타내는 투표율은 최하위

*출처: 책 '목돈사회'

한국의 아파트

헬조선에서 '평범'하게 살려면

한국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것, 대학나와서 회사에 취업한 후 결혼하고 아파트 평수를 늘려가는 삶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거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이유는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목돈을 사회에서 요구하기 때문인데 대학등록금 / 결혼자금 / 주거비용 중에 20살 넘은 성인이 부모 도움없이 혼자 '노오력'해서 이것들을 해결하고 살아가는게 가능할까?

금수저 흙수저 논란

내가 회사 다니던 시절 나하고 동갑내기였던 진모군이 있었다. 서른 즈음에 결혼해서 지금은 '래미안'에 산다. 나는 진모군 보다 진급이 1년 빨라서 월급도 더 많이 받았는데 6년째 '원룸'에서 살고 있다.

이유야 당연히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데 이게 참 불공평한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난 '래미안'에 살고 싶지도 않고(진짜??) 거기 사는 친구가 부러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노오력'을 하더라도 10년 안에 그런 아파트에서 살기 어렵다는 점이다. (10년의 의미는 내가 10년후에는 마흔 초반이고 그때 쯤에 회사에서 짤릴 확률이 80% 가 넘는다. - 자체적으로 낸 통계 기준)

이러니 수저 논란이 있을수밖에. 개인이 노동의 의지를 가지고 일을 한다고 해도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 부모 세대의 도움없이는 다 큰 성인이 자립하는 것 조차 힘들다. 그냥 사회에 '존재'하겠다는데 대한민국 헬조선은 그러한 개인에게 '사회적 과세'를 어마어마하게 매긴다.

기회의 불평등, 노예 20년

개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목돈'을 사회가 요구할 때 기회의 불평등이 생긴다. 예를 들어 대학등록금의 경우 흙수저들은 등록금 마련하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알바전선에 뛰어 들어야 한다. 학자금 대출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출 받은 내 후배는 서른이 넘은 지금도 그거 갚느라 이 일 저 일 다 하고 있다.

주거비용도 마찬가지다. 집 값전세금은 왜 그렇게 비싼지 이건 도저히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부모 도움 못 받는 사람은 은행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대출 받는 순간 자동으로 회사와 20년 노예 생활의 시작이다.

내가 아는 김모과장님은 돈도 잘 아끼고 착실한 분인데 대출금 때문에 평소 좋아하는 조기축구회도 못나간다. 조기축구회 월 회비 3만원이 없어서다. 이거 참 아이러니하다. 잘 살아보겠다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아둥바둥 일하지만 자기 취미하나 하기 힘든 세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주거보증금으로 묶여있는 돈이 300조 ~ 1000조 이상 된다고 한다. 이게 워낙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어서 감도 잘 안오는데 희대의 건설사업 4대강이 22조 들어갔다나? 강바닥을 수십번 더 팔 수 있는 엄청난 돈인거다. 그리고 이렇게 큰 돈이 그냥 어딘가에 딱 묶여 있다는 사실!

나 역시 아파트에 비하면 얼마 안하긴 하지만 '원룸' 전세금으로 몇 천만원이 묶여있다. 돌려받을 돈이라고 하지만 그 돈이 실제로 집주인에게 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렇다보니 개인이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되고 노동으로 번 돈 모두 빚 갚는데만 쓰이는거다.

마무리

존재에 대한 이유로 사회적 과세를 매기는 '목돈사회'. 이 책을 보면 해결책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국가 인프라(임대 주택과 같은) 등을 통해 개인에게 지우는 '사회적 과세'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저자처럼 사회 문제에 대한 거대 담론을 이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서른이 넘어가면서 나 역시 헬조선에서 사는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고 적어도 10년 동안은 개선되기 어렵다고 본다. (4대강 같은 위대한 일들이 요 몇년사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수습되려면 한세월...)

사회가 미쳤는데 평범한 개인이 평범하게 사는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나도 같이 미쳐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닐지.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침묵하고 가만히 있기 보다는 여러 사회현상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 명의 시민으로써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Check it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