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롯데마트에서 환전 사기를 당할 뻔 하다 (베트남 환장 시리즈)

2018. 9. 20. 07:30세계여행 헬로우/베트남 종단 프로젝트

(베트남 종단 여행 중) 이 나라가 나와 아주 잘 맞는다는 생각까지는 안 들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차차 적응중이다. 그 와중에 한번씩 환장 사건이 발생하면 호감도가 다시 떨어지곤 하는데... 오늘은 다낭에서 환전하려다 환장할 뻔만 이야기를 해야겠다. (사실 별 이야기는 아님)

베트남에서의 환전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으로 금은방 > 은행 > 공항 순으로 환율이 좋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 여행 20여일차, 여러 장소, 여러 지역에서 환전을 해 본 결과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다. 그리고 한 가지 장소를 더 추가한다면 롯데마트(롯데센터) 환전소이다. 금은방만큼은 쳐주지 않으나 은행보다 환율이 나을 것이다.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1000 달러 정도 환전하는게 아니면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곳에서 환전하길 추천한다)

롯데. 한국에서는 욕도 많이 먹는 기업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롯데만큼 반갑고 편한곳이 없기도 하다. 환전과 쇼핑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심지어 하노이 롯데마트는 배달서비스까지 있으니. 한국의 DNA가 대기업들에 의해 베트남에 속속 심어지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다낭의 다음 여행지인 퀴논(꾸이년)으로 이동하기 전 환전을 한번 할 필요가 있어 롯데마트로 갔다. 위치도 아주 좋다. 다낭에 있는 놀이공원, 아시아파크 바로 옆이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많은 다낭에서도 이상하게 내가 있는 곳에서는 한국인을 잘 볼 수 없었는데 롯데마트는 확실히 한국인들의 정모 장소이다.

많은 한국인들, 한국말을 들으니 반갑다. 저기 멀리서는 바나나티를 맞춰입은 파이팅 넘치는 남남 커플도 보인다.(베트남에서 과일티 입은 사람은 99.5% 한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환전소가 어디에 있는지 1층을 두리번 두리번. 한 두바퀴 돌아보았다. 하노이 롯데센터는 지하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눈에 보이던데 여긴 어디있는거지.

그 와중에 베트남 전통모자 농이 보이길래 얼마인지 가격을 보았다. 가격은 5만동. 마침 베트남 직원이 내 옆으로 와서 또박또박 한국말로 다시 이야기를 해준다. 가격 5만동. 한국돈 2천5백원밖에 안해요. (푸꾸옥에서 더 싸게 샀는데. 베트남 모자 사고 싶은 사람은 푸꾸옥으로 가세용)

마트도 구경할 겸 2층으로 올라가니 가이드맵이 보였다. 이상하다. 1층에 환전소라고 적혀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는데. 어쨌든 맵에는 1층 출입구 옆이라고 나와있다. 롯데마트에서 거짓말 할리도 없고. 다시 1층 출입구 쪽으로 갔다.

어떤 제복입은 베트남 아저씨가 나한테 다가왔다. 뭘 도와줄까 묻는다. 환전소가 어디냐고 물으니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옆의 똑같은 제복입은 아저씨한테 날 넘긴다. 그 아저씨한테 '머니 익스체인지~'라고 말하니 바로 준비된 종이를 내게 보여줬다. 환율표이다. 엥. 근데 환율이 왜케 짠겨? 100달러에 220만동이란다.

지금까지 수 곳에서 환전을 해봤지만 230만동 밑으로 준 곳은 한번도 없었다.(2018년 8-9월 기준임) 에라이. 이 사기꾼은 뭐지. 무슨 10만동이나 적게 바꿔주니. 한국사람들은 잘 모를수도 있다. 베트남에서 10만동의 가치에 대해.

베트남에서 10만동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정말 많다. 예를 들면, 사탕수수 음료, 여기 말로는 능미라고 부르는게 한잔에 8천동에서 만동이다. 길거리 반미도 만동이다. 로컬 카페에서 파는 카페쓰어다는 만5천동이고, 로컬식당의 쌀국수도 만5천동부터 시작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모든걸 다 먹어도 아직 5만동이 남는다.

이 정도 가치를 가진게 10만동이다. 에잇! 유니폼 아저씨한테 코를 한번 찡긋 해 준 후 일단 롯데마트 밖으로 나왔다. 저 사람이 환전소일리는 없는데. 이상해서 바로 내 친구 포털사이트를 검색! 그랬더니 넘나 허무하게 환전소는 4층이란다. 아놔. 안내판에 1층이 환전소라며. 롯데가 베트남 오니 정신을 못차리나 보다. 이런것도 업데이트를 안해놓다니.

롯데마트 4층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귀국 전 선물 한보따리를 사가는 층이다. 다람쥐 똥커피, G7, 말린 망고, 각종 Tea 등등 베스트 상품들은 모두 4층에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환전소가 딱. 환율은 230만동+ 으로 쳐주었다.

환전을 하고 이제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야한다. 다시 1층 출입구로 나왔다. 아까 봤던 그 제복 아저씨가 다시 나한테 다가온다. '뭐지? 해코지 하려고 그러나?' 살짝 긴장을 하며 그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저씨가 나한테 한마디 한다.

택시?

젠장. 택시 기사였다. 유니폼이 뭔가 했더니 택시 유니폼이었던거다. 아니 근데 지가 왜 환전까지 하니.(창조경제인줄) 해주려면 적어도 230만동으로는 해줘야 의심을 덜하지. 아마 나 같은 사람한테 100달러 받고 220만동 준 후에 자기는 금은방 가서 다시 그 달러를 230만동+ 으로 바꾸는 시스템인가보다.

롯데마트에서 환전소를 찾으면 우리나라 같으면 4층 환전소를 안내해 줬을 것 같은데 얘네들은 그게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하노이, 다낭, 호이안 같이 한국인이나 다른 외국 관광객이 많은 곳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종종 보이더라. 흠,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어떡할려고. 10년 후 베트남이 걱정된다.

다낭 롯데마트에서의 환전 사건 덕분에 오늘은 우리나라 블로거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비슷한 정보들이 많아서 가끔 블로그 검색이 재미없어질 때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역시 한국 블로거들의 정보가 도움이 많이 된다. 이 포스팅은 그런 의미에서 롯데마트 1층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당하는 사람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남겨본다.

▲ 다낭 롯데마트로 가다보면 보게되는 Sun World. 아시아파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다낭 커플들의 필수 데이트코스이다.
▲ 베트남에선 마네킹도 아오자이를 입고 농을 쓴다.
▲ 호날두도 여행갈 때는 즐거운가 보다.
▲ 재미있는 한글 번역을 발견했다. Car Parking 이 '자동차의 주차'이다.
▲ 벽면에 그려진 안내판. 1층에 한글로 '환전소'라고 적혀있다.
▲ 맵에도 출입구쪽에 엄청작은 공간으로 환전소라고 되어있음. 하지만 그곳엔 환전 투잡을 뛰는 택시기사님만 있을 뿐이다.
▲ 결국 제대로된 환전은 4층으로 가야한다. 여권은 없어도 되고 기입란에 여권번호만 적으면 환전이 가능하다. 조심하자. 환전하다 환장하지 말고.